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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행] "한번 묵으면 몬 잊는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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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숨은 맛 즐기기

세계일보

평화시장 찜닭.


‘대구 음식’이라는 말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이제 옛말이다. 숨은 대구의 맛을 보면 이런 말이 ‘가당치 않다’란 생각이 들 듯하다. 대구는 소나 돼지고기의 ‘뒷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소의 등심이나 돼지의 삼겹살처럼 누구나 잘 아는 부위는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보면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만큼 대구 음식에 맛들이면 푹 빠져버리게 된다. 대구는 내륙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산물보다는 육고기 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대구 음식에 푹 빠져들려면 전통시장 투어만 한 것이 없다.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들만 먹어도 대구의 숨은 맛 즐기기는 충분하다. 여기에 식당 할머니들의 ‘마이 무라’란 말이 정겹게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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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 튀김.


대구 동구 평화시장은 먹자골목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닭 모래주머니인 닭똥집 튀김이다. 닭똥집은 보통은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평화시장은 1970년대 닭을 팔면서 닭똥집이 많이 남아 고민하다가 우연히 닭똥집을 튀겨 손님에게 서비스로 내어준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 30여개의 업소가 모여 골목을 이루고 있다. 값도 저렴한데 양까지 푸짐하다. 닭똥집은 쫄깃쫄깃한 맛이 핵심이다. 이를 튀기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프라이드, 간장, 양념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양념에 버무리면 양념치킨보다 감히 식감과 맛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배 터지게 먹고 싶다면 닭 날개 튀김을 추가해도 좋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딱이다. 닭똥집만 파는 것도 아니다. 찜닭,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등도 맛볼 수 있다. 골목이 네댓 갈래로 나눠져 있어 입구도 여러 군데다. 낮보다는 저녁에 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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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랑곱창.


대구 남구 안지랑곱창골목은 안지랑네거리에서 룸비니유치원까지 약 500를 말한다. 골목 양쪽에는 곱창식당 약 50곳이 몰려 있다. 돼지 곱창이 주 메뉴다. 연탄불과 숯불로 곱창과 막창을 굽는 풍경이 펼쳐진다. 돼지 곱창은 고소하고 담백함이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매력이다. 돼지 직장 부위인 막창은 곱창보다 고소함이 더하다. 서민과 대학생 등이 큰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1979년 안지랑시장의 한편에 생긴 ‘충북식당’이라는 상호의 식당이 곱창골목의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골목이 커진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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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국밥.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대표 음식은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국밥집 10여곳이 시장 안에 골목을 형성했다. 수구레는 소 껍질과 살, 뼈 사이의 아교질(지방질)을 말하는데 소 가죽에서 떼어낸 지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구레는 씹으면 쫄깃쫄깃하고 고소함이 배어난다. 국밥에는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등이 들어간다. 시장 근처에 1980년대까지 우시장이 있어서 수구레를 공급받기 용이했다고 한다. 수구레는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장터 상인의 한 끼를 해결하는 데는 충분했다. 이제는 여행객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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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티기.


‘뭉티기’는 한우를 파는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뭉티기는 뭉텅이의 사투리로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만 하게 ‘뭉텅뭉텅’ 썰어 낸 생고기를 말한다. 다른 지역으로 말하면 육사시미와 비슷하다. 보통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살을 뭉텅뭉텅 썰어 참기름, 마늘, 빻은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에 찍어 먹는다.

대구=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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