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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朴대통령 이란 방문 끝…'시장 선점'+'北 고립'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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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대규모 에너지·인프라 수주 발판…北-이란 우호관계 균열]

머니투데이

이란식 히잡(이슬람 복장) 가운데 하나인 '루싸리'를 머리에 두른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2박3일 간에 걸친 이란 국빈방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최초인 이번 이란 방문이 남긴 성과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1월 경제제재 해제로 빗장이 풀린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 이란 시장 선점과 전통적 우방인 북·이란 간 관계 균열을 통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3일 테헤란 소재 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이란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전용기 편으로 테헤란을 출발, 4일 오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에너지 대국' 이란 시장 선점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2일 테헤란에서 개최된 1대1 비즈니스 상담회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총 6000억원대의 실질적 성과가 창출됐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이란 현지 1대1 상담회는 우리 기업 123개사, 이란 측 바이어 494개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며 "이를 통한 실질적 성과는 총 31건, 5억3700만달러(6114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 민간기업, 공공기관들이 이란 현지 기업들과 체결한 MOU(양해각서) 이상의 수주 관련 협정은 현 정부의 경제외교 사상 최대인 371억달러(42조원) 규모에 달했다. 안 수석은 "이번의 경우 MOU도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까지 명시됐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경우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주 관련 협정은 주로 에너지·인프라 분야에 집중됐다. 석유·가스·석유화학 관련 사업이 20조원, 철도·도로·물관리 등 인프라 사업이 13조원에 이른다. 발전 사업과 보건·의료 사업도 각각 7조원, 2조원에 달했다. 8000만명의 인구와 세계최대 천연가스,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에너지 대국' 이란의 시장을 경제제재 해제 직후 조기에 선점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 대해 이란은 앞으로 10년 간 무려 5000억달러(57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호자토레슬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일 사상 첫 한·이란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앞으로 이란은 인프라 등에서 엄청난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라며 "한국기업이 대거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北·이란 우호관계 균열

30년 넘게 이어진 북·이란 간 우호관계에 균열을 일으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킨 것도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남긴 성과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로하니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에서도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우리는 한반도가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한다"는 발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우방인 이란의 정상으로선 이례적인 발언이다. 이는 지금까지 로하니 대통령이 북핵에 대해 내놓은 발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의 표현으로, 그의 참모들조차 이 발언을 듣고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내용을 담은 '한·이란 포괄적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를 채택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를 가져온 이란이 우리와 전략적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해선 압박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최고권력자로서 북한 정권과 친분을 쌓았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박 대통령의 면담이 2일 성사된 것도 북한으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반미·반제국주의 노선을 공유하는 북한과 긴밀한 우호관계를 이어왔다. 1989년 5월에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당시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핵포기 모범국'이라는 이란의 상징성 자체도 북한에겐 압박이 될 수 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북한도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상생의 길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북한에게 올바른 길이 뭔지 시사해주는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듯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일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대해 "미국과 함께 반(反) 공화국 '압박효과'를 거둬 보자는 것"이라며 "조선은 이란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테헤란(이란)=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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