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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꿀빵]골목길은 안되고 '길빵'은 되는 금연구역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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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꿀빵'의 사이다 프로젝트. 꿀빵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시원하게 한 눈에 보여주고자 '흡연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페이지 어딘가에 잘 정리돼 있는 자료를 찾아 지도 위에 위치를 찍어 흡연자나 간접 흡연으로 피해를 입는 시민이 참고할 수 있도록 '흡연지도'를 만들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자료를 찾아 나선 '꿀빵'은 이내 좌절했다. 잘 정리된 자료는 커녕 금연구역 관련 법과 조례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수일을 허비해야 했다. 법은 이해했으나 정확한 구역을 찾아내는 것은 더 큰 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 각 자치구에 수많은 전화를 돌려서야 겨우 '대략적인' 흡연구역을 알아냈다. 꿀빵은 묻는다. 원칙도 컨트롤타워도 없는 정부의 금연정책.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원칙없는 금연 정책-②]무분별한 금연스티커…간접흡연 피해 늘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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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홍은표씨(32)는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옆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 건물 관리자에게 혼쭐이 났다. "금연구역인 것 보이지 않느냐"며 다른 곳에 가서 담배를 피우라는 성화에 홍씨는 곧바로 담뱃불을 껐다.

#대학생 구다은씨(26)는 학교 내에서 걸어다니며 흡연하는 소위 '길빵'족 때문에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다. 급히 강의실을 옮겨야 하는데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학생이 있으면 빠르게 뛰어가곤 한다.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어 자리를 피해버린다.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흡연구역 획정없는 금연구역 확대 정책으로 공공연히 흡연할 곳이 사라진 흡연자들이 규제를 피해 담배를 피우고 있는 탓이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의 금연구역 확대 정책에 편승해 대형건물 출입구와 건물 근처를 '자체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흡연에 비교적 관대한 건물 앞에 몰리거나 오히려 길거리 흡연을 하는 '금연정책의 역설'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건물 앞 금연구역? 실상은 'No'

최근 서울시내에선 대형 건물 앞이나 담장에 붙어있는 금연 스티커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대형 건물이 밀집된 을지로역이나 여의도역 주변의 경우 흡연을 할 수 있는 골목길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

'꿀빵'이 직접 대형건물 근처에서 수차례 흡연을 시도해봤으나 번번이 건물관리인으로부터 쫓겨났다. (영상 참조) 한 건물 관리인은 "이곳은 금연이니 건너편 길에서 피워라"고 했다.

여의도의 한 건물 앞에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물 앞 10미터 내에서 흡연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팻말이 부착돼 있다. 영등포구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건물 앞은 금연구역이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 대형건물 앞에도 '본 건물은 금연건물로 지정돼 흡연이 금지돼 있다'는 팻말이 출입구 옆 화단에 설치돼있다. 바로 옆 공터 벽에도 금연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건물 근처 외부 흡연을 막기 위한 팻말과 스티커다. 하지만 문의 결과 해당 건물 관리소 직원은 "내부는 금연이 맞지만, 외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설정의 기본이 되는 국민건강증진법에는 건물 앞 거리나 골목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해 놓지 않고 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어린이집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건축 경계선으로부터 10미터 이내 금연'이라는 조례를 제정해놓고 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건물 앞이나 골목길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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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흡연지도(1). 붉은 지점이 외부 금연구역/사진=다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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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흡연지도(2). 붉은 지점이 외부 금연구역/사진=다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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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물 '금연' 등쌀에 죽어나는 골목길

흡연구역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금연을 요구하는 대형건물 탓에 흡연자들은 당당히 흡연할 수 있는 다른 구역을 찾는다. 법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흡연구역이라 하더라도 일일이 흡연자를 찾아가 금연을 요구하는 관리자를 무시하거나 매번 다툴 수는 없는 노릇. 이들은 외부에 건물관리자가 없는 건물 앞이나 길거리를 찾는다.

피해를 보는 쪽은 건물관리인이 없는 소형 상가나 골목가게다. 청계천 근처 A커피전문점 앞에는 최근 '외부손님이 버린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청소한지 어언 1년…허리디스크가 왔다'는 문구가 붙었다.

커피숍 앞 공터는 을지로역 주변 대형건물 사이에서 흡연할 공간이 없는 애연가들이 몰려드는 공간이다. 흡연자들은 이 같은 팻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외부 관리인이 있는 것도 아니라 매번 주인이 나와 흡연을 제지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금연건물을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신청을 받아 금연구역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차 간접흡연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건물 구획 내 흡연구역을 설정하고 대신 건물 근처와 내부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최비오 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은 "금연구역 확대로 인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많아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금연스티커를 사서 붙이는 건물도 많은데 흡연자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 갈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재의 기자 hjae@mt.co.kr, 이슈팀 박영민 기자 versatile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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