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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hy] 움직이는 집 '컨테이너 주택'… 건축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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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250만~350만원

공사 기간 한달, 현장 작업은 2~3일

토지사용 계약 끝나면 건물 통째로 옮길 수 있어

건축비용 저렴하고 젊은 층 기호에 맞아

기숙사·임대주택 활용

'집 팝니다. 방 2개, 넓은 거실, 거실 통유리문, 화장실 모두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서나 볼 법한 이 글들이 올라온 곳은 한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이들이 중고로 팔겠다고 내놓은 것은 일반 물건이 아닌 컨테이너 주택이었다. 집 안에 부엌·화장실을 갖추고 테라스까지 있어 쓰임새는 일반 주택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차량으로 실어나를 수 있어 중고로 팔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조선일보

서울 자양동에 있는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200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독특한 외관으로 지난해 개점과 동시에 유명한 곳이 됐다. / 얼반테이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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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건물은 그동안 위험하고 낡은 가건물로 인식됐다. 요즘 컨테이너는 다르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앞세워 상업·문화·주거용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컨테이너 주택을 포함한 모듈러(조립식) 건축 시장은 2012년 연간 15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9400억~1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 주택을 전문으로 설계하는 '생각나무파트너스'의 이강수 소장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5배 정도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에 문을 연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컨테이너 건축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개의 특수 컨테이너를 쌓아 올려 만든 커먼그라운드는 SNS를 타고 이색 건축물로 유명해졌다. 최근 서울 창동역에 문을 연 문화공간 '플랫폼 창동61', 서울숲 인근의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 공간인 '언더스탠드 에비뉴' 등도 모두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컨테이너집을 최신 유행 상품으로 만든 것은 20·30대층이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 컨테이너 게스트하우스를 지은 '쭈욱게스트하우스'의 박일욱(39)씨는 "제주도에 워낙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보니 어떻게 특색을 살릴까 고민하다 컨테이너를 떠올렸다"며 "빨강·노랑·초록 원색과 컨테이너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젊은 여성 손님이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컨테이너 건축이 뜨는 이유다. 컨테이너집 제작 비용은 마감재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3㎡당 250만~350만원 선으로 일반 건물에 비해 20~30% 정도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공사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이 중 현장에서 작업하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다. 건축물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커먼그라운드를 설계한 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는 "토지 사용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건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까지 고려해 설계했다"며 "'집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는 건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저렴한 건축 비용과 젊은 층의 선호가 맞아떨어져 기숙사나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서울 성산동과 성내동에는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형식의 대학생 전용 주거공간이 생겼다. 컨테이너 건축의 품질도 개선되고 있다. 내수용 컨테이너가 아닌 해상 운송에 쓰이는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단열·소음 차단 등도 일반 건축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시공업체들이 앞다퉈 컨테이너 건축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컨테이너집은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건축이 아니라서 진입장벽 자체가 낮은 편"이라며 "업체를 꼼꼼히 비교해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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