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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청년들 한국학자인 나보다 韓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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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인류학과 페도렌코 교수

러시아서 미·캐나다 거쳐 한국행

외국인이라 반신반의한 학생들… '남의 눈으로 한국 본 기회' 호평

"미국 뉴욕대에서 가르칠 때, 미국 학생들이 한국학자인 저보다도 한국 연예인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어 놀랐어요. 한국에 들어가서 한국의 어떤 매력이 미국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깊이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서양인 인류학자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 임용된 러시아 출신의 올가 페도렌코(39) 교수는 한국인 학생들 앞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파란 눈의 교수가 '한국 문화 연구'라는 강의를 개설하자 인류학과 학생들은 처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남의 나라 사람이 우리보다 한국 문화에 대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그러나 한 학기가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호평이 나왔다.

조선일보

연구실에서 만난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한국 안에서 새로운 한국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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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렌코 교수의 주된 관심은 광고·신문 등 한 사회의 정보 매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미디어 인류학'이다. "한국에서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넣은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인 광고가 인기가 높아 놀랐습니다. 서양에서 광고는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의 한 기업이 만든 '사람을 향합니다'와 같은 광고는 친근감보다 오히려 거부감을 줍니다." 페도렌코 교수는 "기업 활동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페도렌코 교수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에서 시작됐다. "모스크바 국립대 아시아 아프리카 학부에서 한·중·일 3개 국어를 가르치는데 한국어 성적이 좋아 공부에 매달렸죠." 한국학을 전공한 김에 1999년 연세대에서 MBA(경영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이어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동아시아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2015년엔 미국 뉴욕대에서 '남한의 대중문화: 민중 운동에서 K팝까지'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페도렌코 교수는 한국에 와보니 한국인을 하나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데도 정작 한국인 스스로는 획일적으로 자기 규정을 하는 데 놀랐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 와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점은 '한국인들은 정이 많다' '한국인들은 냄비 근성을 가졌다'같이 한국인들이 '한국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이었죠."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에 대해서도 그는 인류학적 분석을 했다. "한국 드라마는 다른 나라에 비해 권선징악·멜로 드라마의 인기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소리를 지르고 극점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서양인에게는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밥은 먹었니?'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알고 보면 한국인이 풍부한 감정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페도렌코 교수는 "한국 안에서 한국인도 잘 모르는 '새로운 한국'을 발견하는 인류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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