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바깥서 판매 규제 … 독일·중국은 야외도 허용
“○○ 빼곤 다 팔아도 된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 필요
17개월 잠 잔 규제특별법, 40일 남은 19대서 처리를
캔맥주 마신 유커들 지난달 28일 인천 월미도에서 열린 치맥파티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국내에선 야외에서 생맥주를 팔 수 없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500명이 몰린 지난달 28일 인천 월미도 치맥 파티. 곳곳에서 “시원한 생맥주 없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행사를 기획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야외에서 캔맥주만 드릴 수 있다”며 같은 설명을 반복하느라 바빴다.
7월 열릴 제4회 치맥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대구시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다. 세 차례 축제를 여는 동안 “여름밤 치킨과 함께 시원한 생맥주를 즐기고 싶다”는 민원이 쏟아졌지만 들어주자니 법을 어겨야 했다.
주류 취급에 관한 국세청 고시는 “업소용인 생맥주·수제맥주는 식품접객업소 매장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야외에서 열리는 치맥 축제에는 생맥주를 취급할 수 없다. 이 고시 때문에 대구시는 치맥 페스티벌에 3년간 가정용 캔맥주만 취급해 왔 다.
지난달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은 궁리 끝에 묘수를 찾았다. ‘지역 축제에서는 지자체장이 자체 시설 기준을 정해 식품접객업 신고를 받을 수 있다’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발견한 것이다. 규제개혁추진단은 국세청을 10여 차례 찾아가 이 조항을 앞세워 설득한 끝에 축제 현장의 임시 매장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생맥주 없는 중국 칭다오 맥주 페스티벌, 독일 옥토버 페스티벌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치맥 페스티벌에서 생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하는데 두 달 이상 관계 법령을 뒤지고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규제를 푼 대구 치맥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야외에서 판매하는 모든 생맥주는 여전히 불법이다.
▶관련 기사
② 백화점과 쿠팡 똑같이 제재 … 걸면 걸리는 규제부터 없애라
③ 입국심사 2시간 줄에 짜증···유커 "한국 환상 깨지려 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규제를 줄이거나 수정하는 것으로는 규제 개혁이 어림도 없다며 아예 규제의 틀을 완전히 뜯어고칠 것을 주문한다. 대표적인 게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것이다. “A·B·C만 하고 다른 건 하지 마라”가 아니라 “D·C·F를 제외하곤 다 해도 좋다”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포지티브 방식에서는 하위 법령으로 갈수록 수많은 고시와 시행령 등 작은 규제 조항들이 양산돼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생맥주의 경우도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면 팔아서 안 되는 장소나 대상 등만 지정하면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40여 일 남은 19대 국회가 최소한 ‘규제개혁특별법’이라도 처리하고 임기를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발의 후 17개월째 잠을 자고 있는 이 법안은 신설되는 경제 규제에 대해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도록 권하고 불필요해진 제도를 없애는 규제일몰제, 새 규제를 만들 때 생기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비용총량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대 국회 출범과 상임위 본격 가동까지는 앞으로도 몇 개월이 더 걸린다. 19대 국회의 ‘규제 개혁’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다.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현재(하남) 의원은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규제가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글로벌’과 ‘일자리’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놓고 이에 반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도록 하는 협치(協治)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손해용·허정연 기자 adonis55@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 중앙일보: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