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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제철 과일ㆍ채소가 보약…하지만 채소 잘못 먹으면 암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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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제철 과일과 채소가 몸에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채소와 과일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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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심하다.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 차가 5~10도 안팎에 이르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곧 황사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력이 떨어지고 나른해진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듬뿍 챙겨 먹는 게 원기를 회복하고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알레르기, 춘곤증, 호흡기 질환 등을 예방하는 이로운 음식을 알아보자.

또 주의할 게 있다. 몸에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은 채소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질소 화학비료에 포함된 강력한 질산염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양소 파괴는 최소화하면서 발암물질을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춘곤증 예방 위해 아침 꼭 챙겨 먹어야

춘곤증은 겨울 동안 추운 날씨에 적응했던 신체가 따뜻한 봄 날씨에 다시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신체 기능 부조화 현상이다. 봄이 되면 일상 신체활동과 업무량이 늘어나 에너지와 각종 영양소의 요구량도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이 무렵 신선한 봄나물을 많이 찾는 것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춘곤증을 극복하려면 특히 비타민 B1과 C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비타민 B1이 많이 함유한 음식은 보리, 콩, 견과류, 간, 육류, 우유, 달걀 등이다. 또 비타민 C는 냉이, 달래, 돌나물, 미나리, 씀바귀, 유채 등의 봄나물과 키위, 딸기, 감귤류, 브로콜리, 토마토, 감자 등에 많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을 거르게 되면 피로가 더 쉽기 느껴질 수 있고, 점심이나 저녁 때 과식으로 이어져 식곤증까지 겹치기 쉬우므로 춘곤증을 겪기 쉬운 봄철에는 가능한 한 아침 식사를 꼭 먹는 게 좋다”고 했다.

호흡기 질환 예방에 섬유질ㆍ비타민 C 섭취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제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봄이 되면 운동량이 많아지므로 몸 보신을 해야 한다고 육류 위주로 음식을 먹기 쉽다. 하지만 봄철 호흡기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면역력 강화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포함된 비타민 C와 섬유질,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김주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충분한 영양을 고려하면서 식사를 하기 어려운 고령인 일지라도 하루 세 끼 식사를 잘하고 채소와 과일 섭취에 신경을 쓸 경우 굳이 영양보충을 위해 영양제를 따로 사서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만약 일교차가 크고 고르지 못한 날씨로 감기에 걸려 열날 때는 일단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 가래, 발열 등으로 수분 손실이 많을뿐더러 이로 인해 목 안까지 건조해지면 일반 감기 증상도 더 심해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다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되 커피는 삼가야 한다. 김 교수는 “커피는 알려진 대로 이뇨 효과가 있어 커피를 물 대용으로 마시면 수분 공급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것은 해마다 봄이면 한반도를 뒤덮는 황사 피해를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황사가 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미세 먼지 흡입 및 접촉에 의한 호흡기질환과 알레르기질환 때문이다.

코나 입, 기관지 등에 쌓인 황사 먼지를 씻어 내는 데 물만한 것이 없다. 물을 하루 8잔 이상(1~1.5 리터) 마시면 호흡기 계통의 정상적인 방어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봄철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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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과일이나 채소는 유기농이 아니면 데쳐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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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아니면 데쳐 먹는 게 좋아

채소는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만든다. 특히 녹색 채소에 포함된 엽록소에는 체내 중금속과 화학물질 등을 해독하고 간을 보호한다. 염혜선 분당서울대병원 영양실장은 “채소는 비타민과 미네랄, 효소 등이 풍부해, 노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막는 대표적인 회춘식품”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영양소는 열에 쉽게 파괴되므로 채소는 익혀 먹는 것보다 날로 먹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퇴비만으로 재배한 유기농 채소일 때 얘기다.

화학비료를 잔뜩 사용한 요즘 채소는 그냥 먹기엔 좀 위험하다. 강력한 질산염으로 만들어진 질소 화학비료는 토양 내 생물을 죽이고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몸에 들어와서는 암을 일으킨다. 질산염이 몸에 들어와 헬리코박터균을 만나면 아질산염으로 변한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2급 아민과 결합해 강력한 발암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한다.

따라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가 아니면 살짝 데쳐 조리하는 게 좋다. 채소를 데치는 실험을 한 결과, 1분도 안 돼 질산염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 채소를 가열하면 영양소가 파괴되지만, 1분 정도로 짧게 데치면 열에 약한 비타민 C도 20%가량만 파괴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이런 '살짝 데치기'가 농약을 제거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상추, 배추 등 잎사귀 형태의 엽채소를 가열하면 잔류 농약 성분이 줄거나 제거된다는 내용이었다. 실험 결과, 채소를 데치면 농약이 65% 이상 제거됐다. 데치는 시간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으며 물에 넣어 데치거나 조리용기 뚜껑을 열고 가열하면 효과가 더 좋았다. 특히 김치로 담그면 잔류 농약 제거 효과가 아주 높았다. 얼갈이 배추와 열무로 실험한 결과, 김치를 담그기 위해 절이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잔류 농약이 55% 이상 줄고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70~91%까지 줄었다.

반면, 흐르는 물에 씻는 방법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흐르는 물에 한 번 씻는 것보다 물을 받아 2~3회 씻는 게 잔류 농약 제거 효과가 2배나 높고 세척시간도 준다. 씻는 물에 소금을 추가하면 제거 효과가 더 높다.

채소마다 찰떡궁합 조리법 있어

채소는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이 따로 있다. 마늘 같은 유황화합물은 가열하는 것보다 날로 먹어야 좋다. 하지만 날로 먹으면 자칫 위에 부담 줄 수 있으므로 끓여 먹는 게 낫다. 게다가 마늘에 포함된 알리신이라는 항암 성분은 마늘에 힘이나 열을 가할 때 생기는 일종의 방어물질이다. 따라서 마늘을 다지거나 저며서 잠시 놔뒀다가 가열해 먹으면 알리신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어른의 경우, 생마늘은 하루 1쪽, 익힌 마늘은 2~3쪽이 적당하고, 어린이나 고혈압 환자는 그 절반 가량이 적당하다.

하지만 파와 양파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 C나 셀레늄은 열에 약하므로 가능한 한 날로 먹는 게 좋다. 날로 먹기 부담스러우면 얇게 저며 물에 잠깐 담갔다 먹으면 매운 맛을 줄일 수 있다. 당근은 베타카로틴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베타카로틴의 소화 흡수율을 높이려면 기름에 조리해야 한다. 당근의 베타카로틴 흡수율은 날로 먹을 때(8%)나 삶아 먹을 때(20~30%)보다 기름에 볶아 먹을 때(60~70%) 훨씬 더 높다.

고구마도 가열해 먹어도 괜찮다. 고구마에 포함된 비타민 C는 가열해도 좀처럼 파괴되지 않는다. 비타민 잔존율이 군고구마는 70%, 찐 고구마는 60%로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고구마는 껍질째 먹는 게 좋다. 껍질에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속쓰림과 가스 발생을 예방한다.

양배추는 날로 먹는 게 가열해 먹는 것보다 낫다. 특히 질긴 심(芯) 부분은 영양가가 가장 많으므로 먹기 힘들더라도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케일도 날로 먹어야 한다. 다만 콩팥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칼륨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투여하는 뇌졸중 환자도 비타민 K가 풍부한 케일을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

시금치는 살짝 데치거나 기름에 볶아 먹어야 한다. 너무 오래 삶으면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이 모두 소실되므로 살짝 데쳐야 한다. 또한 시금치는 질산염 함유량이 높으므로 질산염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햄이나 베이컨과 함께 요리하지 않도록 한다.

요즘 제철을 맞은 봄나물은 날로 먹어야 영양 손실이 적다. 날로 먹는 게 부담스러운 나물은 식초를 넣어 초무침을 하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데칠 때에는 최대한 시간을 짧게 하고 곧바로 찬물에 담가야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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