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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게임이 문화라고?]② 게이머들 사이에 팽배한 문화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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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팝 음악을 주로 듣는 이들이 근거 없는 자부심에 한껏 고취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펼치던 것은 ‘내가 듣는 음악이 수준 높은 음악이다’, ‘난 수준 낮은 한국 음악은 듣지 않는다’ 식의 논리로 이는 ‘문화 사대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화 사대주의’란 다른 문화권의 문화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무비판적으로 동경하고, 자국 문화를 저평가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문화 사대주의’는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는 물론 생활양식 그 자체에 적용되기도 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화 사대주의는’ 문화평론가들은 물론 최근에는 대중들 사이에서도 배척해야 할 태도로 꼽히는 태도다. 실제로 해외 음악을 주로 듣는 이들이 국내 음악을 앞서 언급한 태도로 비판할 경우 적지 않은 반발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국내 음악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향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해외 음악에 대한 허상이 깨지면서 더 이상 무비판적인 특정 문화 찬양론에 대한 비난여론이 강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이런 ‘문화 사대주의’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온라인게임 시장이다. 음악이나 영화 쪽에서는 예전부터 비판 받아 온 ‘문화 사대주의’지만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중에는 여전히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게이머들의 논리는 음악에서 한국 음악을 비하하던 이들의 논리와 거의 흡사하다. 자신들이 소모하는 콘텐츠의 품질 이외에도 게임 업체들이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까지도 비교하며 국내 업체를 비하하고 해외 업체들을 부각시킨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해외 업체들이 있으며, 국내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는 외산 게임들은 대부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해외 업체들에 비해 국내 업체에게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든 해외 게임사들이 게이머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해외 업체에서 찾을 수 없는 부족한 모습을 국내 업체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국내 게이머들이 국내 업체를 비판하는 것처럼 해외 게임 업체들도 자국 내 게이머들에게 똑 같은 비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해외 게임 업체들이라고 해서 완전무결한 업체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똑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국내 게이머들은 국내 업체에게 훨씬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던 디아블로3의 현금경매장 이슈나 각종 버그, 점검, 밸런스 문제와 같은 상황이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같은 국내 업체의 게임에서 벌어졌다면 이들 업체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받은 비판보다 훨씬 더한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무조건 국내 게임의 수준이 낮다고 폄하하는 일부 게이머들의 시각도 사실은 이렇다 할 근거를 지니지 못 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들의 품질이 높은 것은 아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시류에 편승해서 한 몫 잡기 위해 개발된 양산형 게임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게임들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비디오게임 시장에서도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모든 국가의 문화 산업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국내 게임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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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현상이 장르를 불문하고, 국가를 불문하고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서 품질이 낮은 양산형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옹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국내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 한 행동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비판이라는 것은 동일한 기준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두 개의 기준을 세워놓고 어느 한 쪽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편애’에 가깝다.

국내에 들어온 외산 게임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외에서 발매된 모든 게임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 사대주의’에 빠진 이들은 국내에 들어온 몇몇 게임들의 사례를 보고 해외 온라인게임 업체와 이들의 게임 문화가 국내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단정 짓는다. 정작 국내 게임들의 경우는 품질이 낮은 양산형 게임들과 싸잡아서 높은 품질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게임들까지 수준이 낮다고 단정 지으면서 말이다.

반대로 국내 게임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나 오히려 깎아내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해외의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게임, 앱 게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과금 방식인 프리투플레이(Free to play / Free 2 play) 체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프리투플레이는 게임은 공짜로 즐기고 게임 내에 필요한 아이템은 게이머가 별도로 구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부분유료화’ 모델이 해외로 넘어가 보편적인 결제방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밖에도 대규모 공선전이나 강화 시스템 등 국내에서 개발되어 해외에까지 영향을 미친 시스템과 콘텐츠도 해외에서도 하나의 게임문화로 인정받은 국산 시스템과 콘텐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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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업체들은 ‘장점’을 부각해서 지켜보고, 국내 업체들에게는 ‘단점’을 부각해서 바라보는 국내 게이머들의 시선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자사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미지 광고’까지 성행하는 요즘 세상에 자사 이미지에 피해가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업체들에게 씁쓸한 입맛을 남긴다.

게이머들에게서 똑 같은 현상에 보이는 태도의 온도 차이가 생기는 것은 그동안 각 게임 업체들이 쌓아온 이미지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운 사람은 뭘 해도 밉고, 예쁜 사람은 뭘 해도 예뻐 보이는 선입견이 게이머들 사이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온라인게임 시장의 태동기부터 쌓여온 선입견이다.

게임사들은 자신들에게 쌓인 이러한 선입견을 없애고, 보다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헌과 운영의 측면에서 말이다. ‘돈만 밝힌다’, ‘게이머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 ‘자국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고자세를 보인다’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도 게임 업체들이고, 이러한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것도 게임 업체들이다.

무조건 해외 게임업체들보다 국내 게임업체에게 애정을 갖고, 좀 더 느슨한 가치평가의 잣대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는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국내 게임업체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좀 더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라도 게이머들에게는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를 향하는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

글 /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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