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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회사가 50대 은행 차장에게 해병대 캠프 보낸 것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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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ㅎ은행 입사 27년차의 김아무개(53) 차장은 지난해 3월, 2박3일 일정으로 충남 보령의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캠프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27년동안 사무직으로만 일한데다 허리디스크에 6급 시각장에까지 갖고 있어, 레펠을 타고 고무보트를 드는 등의 훈련이 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소 20분만에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캠프 직원들은 김 차장 회사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 차장은 캠프 직원들과 언성을 높이고 몸싸움까지 했다.

김 차장이 캠프까지 오게 된 사연은 좀 복잡하다. 경기도의 한 지점에서 섭외 및 전담감사로 일했던 그는 2010년 ‘정체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원’으로 분류돼 2주간의 합숙훈련, 1주간 사이버 연수를 받았다. 이후 3개월 동안 현장 평가를 받았는데, 여기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해병대 캠프에 보내진 것이다.

결국 김 차장은 캠프 이튿날 “무단이탈을 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회사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집으로 돌아왔고, 한달 뒤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징계가 부당했다고 생각했던 그는 중앙노동위원회 부당징계구제신청을 거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진창수)는 지난 21일 “정직 6월의 징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 차장이 해병대 훈련을 통해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기 어렵다”며 “김씨와 같은 경력과 나이 신체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해병대 캠프 ‘무단이탈’과 더불어 또다른 징계사유가 됐던 폭언과 몸싸움에 대해서도 “야외행동훈련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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