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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Why] 1초에 2억,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 LG의 도전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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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글래디에이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광고 감독 맡아

"화질 너무 좋아 다른 TV 못 볼 정도"… '수퍼볼 시청에 최고 TV' 뽑혀

조선일보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샌타클래라에서 열린 수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관중이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사진은 이 카드섹션 장면을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올레드TV와 합성한 것이다. /연합뉴스·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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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1초'에 LG전자가 첫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수퍼볼 경기 TV 생중계에 처음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수퍼볼(Super Bowl)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매년 1억명 넘는 미국인이 이 경기를 시청하려고 TV 앞에 모여든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에 따르면 덴버 브롱코스가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꺾고 우승한 올해 수퍼볼의 평균 시청자 수는 약 1억1190만명에 달했다.

경기장 안에서 두 팀이 치열한 승부를 가릴 동안 TV 화면에서는 지상 최대의 광고전이 펼쳐졌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는 프로그램인 만큼 광고료도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수퍼볼 광고 단가는 30초짜리 한 편당 500만달러(59억7200만원). 1초에 16만6600달러(1억9900만원)꼴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인 셈이지만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서 대부분 광고가 1년 전 판매 완료됐을 만큼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를 소재로 한 60초짜리 광고를 제작해 하프타임과 경기 직후 한 번씩 내보냈다. 수퍼볼 경기가 50회를 맞는 올해는 LG전자가 TV 사업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유머보다는 무게감 선택

광고는 "혁명이 오고 있다(There is a revolution coming)"는 영화배우 리엄 니슨의 말로 시작된다. 검정 카드를 손에 쥔 리엄 니슨 말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반문한다. "무슨 말이죠?" 리엄 니슨은 손에 든 검은색 카드를 창 쪽으로 던지며 이렇게 대답한다. "미래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The future's staring back at us)." 이어 사방이 올레드TV로 가득 찬 세상에서 추격전이 펼쳐진다. 미래에서 온 한 남자가 미래의 TV인 올레드TV를 현재에서 지켜낸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마션'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그의 아들 제이크 스콧이 함께 이 광고를 만들었다. 리들리 스콧이 1984년 만들었던 매킨토시 광고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뛰어난 수퍼볼 광고'로 꼽혔었다. 제이크 스콧 역시 수퍼볼 광고를 여섯 차례나 제작한 베테랑 감독이다. 스콧 부자는 "올레드TV는 감독의 제작 의도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TV"라며 "올레드의 혁신성에 감명받아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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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드TV 광고에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리엄 니슨. 이번 광고에서는 올레드TV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남자 역할을 맡았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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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엄 니슨의 아들 마이클 니슨.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배우인 마이클 니슨은 이번 광고에서 아버지 리엄 니슨의 젊은 모습을 연기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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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수퍼볼 광고는 다른 기업의 수퍼볼 광고와는 조금 다르다. 다른 기업 광고가 주로 유머 코드를 사용해 가볍게 감성을 건드리는 데 반해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웅장하다.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지도 않고 올레드TV라는 제품 이름도 마지막에 한 번 언급될 뿐이다. 얼핏 봐서는 광고가 아니라 한 편의 추격전을 보는 느낌이다.

LG전자는 제품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신 '혁신'이라는 일종의 콘셉트를 부각해 광고를 만들었다. TV라는 제품의 특성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TV는 단시간에 구매를 결정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는 광고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회자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올레드TV 광고는 미 뉴스 통신사 AP가 선정하는 '10대 수퍼볼 광고 예고편'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최대 광고 마케팅 잡지인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도 '가장 창의적인 광고 톱 20'에 올레드TV 광고를 선정했다. 지난 1월 말 수퍼볼 광고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3일 만에 SNS 댓글 등 네티즌 반응이 60만 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광고'를 광고하다

수퍼볼 광고는 '광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광고가 되기도 한다. 수퍼볼 직후 미국 주요 언론들은 어떤 광고가 가장 잘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매출이 늘었는지 등을 보도했고 SNS에서도 광고에 대한 평가가 줄을 이었다. 기업들 역시 수퍼볼이 끝난 이후로도 광고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LG전자는 감독과 배우가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촬영 현장 모습을 담은 메이킹영상을 공개했다. 광고에서 리엄 니슨이 던진 검정 카드도 마케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판매 직원들이 검은 카드를 들고 다니며 올레드TV가 구현하는 '완벽한 블랙'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첫선 보인 올레드TV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 판매량 40여만 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시장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에서 TV부문 최고 제품상을 받았다. 프리미엄 가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화질이 너무 뛰어나 올레드TV를 한번 보면 다른 TV는 보지 못할 정도"(월스트리트 저널)라는 극찬을 받았다. 수퍼볼을 앞두고는 '수퍼볼 시청에 좋은 최고의 TV (컨슈머리포트)'로 뽑히기도 했다. LG전자는 "이번 수퍼볼 광고를 통해 올레드TV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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