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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근무중 절대 앉지 말것"..알바생 '앉을 권리'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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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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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동 A편의점 계산대에 아르바이트생이 지켜야할 '근무 수칙'으로 '절대 앉아 있지 말것'이라고 적혀 있다. 본사 측은 아르바이트생에 관한 관리감독은 전적으로 점주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A편의점.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금요일이어서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로 아르바이트생은 쉴 새가 없다. 간밤에 들어온 물품과 냉장실 재고정리를 하던 아르바이트생은 계산대 위에 올려진 제품의 바코드를 굳은 표정으로 찍고 있었다. 그가 선 계산대 옆에는 편의점주가 붙여놓은 듯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지켜야할 근무 수칙이 있었다. '근무 중 절대 주의 사항 1.근무중 절대 앉아있지 말 것.' 익명을 요구한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점주님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좀…"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근 근로자의 '앉을 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의자 비치 등 근무 환경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본사의 무관심으로 근로자 인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앉을 권리 규정 있어도 '권고수준'

12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은 편의점주의 전적인 권한으로 시급을 비롯한 근무환경 등이 결정된다. A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관한 사항은 전적으로 점주의 관리 영역이어서 본사가 가타부타할 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본사 인력을 지점으로 파견, 매출 상승을 위한 편의점 경영 관련 마케팅 논의를 한다"며 "점별 위생법이나 최저시급 변동에 관한 내용은 고지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의 근무환경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적으로 점주 권한"이라고 전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80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권고수준에 그쳐 실제 업장에서 근로자의 앉을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 직원을 고용하는 편의점, 뷰티전문 로드숍 등은 근무 중 틈틈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한적으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공간적인 제약으로 사용빈도는 극히 적다.

■환경개선하니..만족도 '상승'

중국인 관광객들이 붐비는 서울 명동의 B뷰티숍 매장에는 계산대 옆 등에 재고를 비치하거나 직원이 쉴 수 있도록 창고 겸 휴식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잠시 앉을 수 있기는 하지만 '휴식공간'보다는 '창고형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B뷰티숍 관계자는 "재고정리를 위해 계산대 뒤편 공간에 들어가 잠시 쉬기도 하지만 매장 진열대 정리를 비롯해 손님응대 때문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근로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한 로드숍 업체는 판매직 인력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문 시스템을 갖추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본사가 적극 나서야 할 부분"이라며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매장 근무 직원들의 근로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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