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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칭다오 조희팔' 잡고보니 닮은사람… 허망한 검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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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살았나 죽었나… 행적 더 미궁속으로]

- 잇단 출몰설… 지문 대조까지

"맞선 본 조선족 있다" 제보에 중국 공안 출동했지만 허탕

- 진퇴양난 수사

죽었다고 해도 안 믿을텐데…

지난해 11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조희팔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2008년 밀항한 조희팔이 '조○○'이라는 가명(假名)을 쓰면서 칭다오의 농장에 은신해 있는데 현지 조폭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두 달쯤 앞선 9월 칭다오의 카페에서 '조○○'과 맞선을 봤다는 조선족 여성들도 나왔다.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 한 주간지가 중국으로 건너가 취재를 했다. 검찰도 움직였다. 즉각 중국 공안(公安)에 연락해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 공안이 '조○○'의 정체 파악에 나섰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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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을 봤다던 조선족 여성 2명은 중국 공안이 조희팔의 사진을 보여주자 "우리가 칭다오 시내 카페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 맞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카페의 종업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중국 공안이 드디어 조희팔로 추정되는 '조○○'을 검거했다. 하지만 조희팔 검거 작전은 허망하게 끝났다. 우리 검찰이 제공한 진짜 조희팔의 지문(指紋)과 '조○○'의 지문을 중국 공안이 대조해본 결과 서로 다른 사람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냥 닮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공안은 '조○○은 조희팔이 아니다'라고 대검에 공식 통보했다. 조희팔로 오해받은 조○○씨가 이 소동의 유탄을 맞았다. 중국 공안 조사 과정에서 한국인 사업가이던 그가 비자 연장이 안 돼 숨어 지내던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엉뚱하게 붙잡혀 추방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조희팔 검거 소동'이 있었다. 당시엔 조희팔이 '조△△'이라는 가명으로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 산둥성의 대도시 골프장들을 돌아다니면서 골프를 즐기고 고급 식당에 출몰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한국에서 빼돌린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다닌다는 얘기였다. 이때도 우리 수사당국은 동분서주했지만 허탕만 쳤다. 조사 결과 조△△씨는 조희팔이 아니라 중국에 사는 교민으로 밝혀졌다.

그 밖에도 조희팔이 밀항한 뒤 7년여 동안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부터 '조희팔 밀항설은 조작'이라는 괴담 수준의 말까지 갖은 의혹들이 풍선처럼 떠돌았다. 그러나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조희팔은 2008년 12월 9일 충남 안면도에서 보트를 타고 중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그의 가족들이 갖고 있던 장례식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은 '조희팔이 중국 웨이하이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화장된 그의 유골에서 DNA는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조희팔이 어딘가에서 수사기관을 비웃으며 살아있을 것'이라는 생존설이 불거졌다.

특히 그의 밀항을 돕고 6년간 중국에 숨어있던 측근 강태용(55)이 지난해 10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되면서 조희팔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검찰과 경찰은 "조희팔이 살아있다고 보고 수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강씨에 대한 조사도 소득 없이 끝나면서 조희팔의 행방은 또다시 오리무중이 됐다.

검찰과 경찰의 속내는 복잡하다. 누구도 자신있게 '살아있다' '죽었다'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조희팔 수사팀의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로 수사망을 넓혔는데도 조희팔의 '조'자도 안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며 '사망설'에 가깝게 얘기했다. 그러나 다른 검찰 간부는 "우리가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조희팔이 죽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강태용만 해도 밀항 6년 만에 결국 검거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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