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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혼·미혼·중고생까지…‘저출산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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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출산 대책, 97.5% 부정적 평가…“현실과 괴리”

“양육비 등 부담”…중고생 절반만 “반드시 자녀 있어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성인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임기의 기혼자 2명 중 1명은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아이를 더 낳지 않았고, 미혼자 3명 중 1명은 결혼보다 일을 택하며, 중·고생 절반은 결혼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없다고 말했다. 기혼자·미혼자·청소년 모두에서 ‘저출산 경고음’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

■가짓수만 많고 현실엔 안 맞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97.5%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성인 1000명(기혼 740명, 미혼 26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부가 ‘예산 등의 한계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38.5%로 가장 많고, 35.6%는 ‘일부 영역만 노력해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데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정부 정책 중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으로는 ‘지원 수준 등이 현실과는 맞지 않았다’는 응답이 30.9%로 가장 많았고, ‘가짓수는 많지만 내게 해당되는 정책은 없다’는 반응도 25.2%에 달했다.

■“돈 많이 들어 아이 못 낳는다”

기혼자들은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 제약 탓에 아이 더 낳기를 꺼렸다. 추가 출산 계획이 없는 기혼자(332명)의 48.8%는 그 이유로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일과 가정 생활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워서’(17.2%), ‘고용이 불안해서’(6.0%) 출산을 중단한 사람도 많았다.

최근 정부가 만혼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미혼자들의 대다수는 ‘자기 발전 등을 위해’(35.9%) 결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집 장만이 어렵다’와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각각 14.8%와 12.7%의 응답률을 보였다. 기혼·미혼자 모두 저출산 대응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분야로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 경감’(35.7%)과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 부문’(25.9%)을 많이 지목했다.

■중·고생 64% “결혼은 안 할 수도”

중·고생들은 결혼을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중학생과 고교 1~2학년생 1179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2.6%는 ‘결혼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문제가 없다’고 답했고, 이보다 더 많은 63.6%는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결혼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55.2%에 그쳤다. 나머지는 ‘자녀가 없어도 된다’(21.2%)고 생각하거나 답변을 유보(23.6%)했다.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내 일에 전념하고 싶어서’(29.8%), ‘자녀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6.8%) 등을 꼽았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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