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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5와 9 사이’ 방황하던 K7 존재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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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올 뉴 K7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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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009년 첫 선을 보인 기아자동차 1세대 K7의 위상은 어정쩡했다. 앞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기아차 디자인의 완성체 K5가, 뒤에는 막강한 성능의 플래그십 세단 K9이 버티고 있었다. 소위 한방이 없다 보니 형제들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못했지만 7년 만에 완전변경된 2세대 ‘올 뉴 K7’은 확실히 달라졌다. 겉과 속 모두.

지난 2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만난 올 뉴 K7 디자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역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이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사장이 기아차에 온 뒤 자리 잡은 호랑이 코 형태는 그대로지만 안으로 살짝 들어간 음각 스타일로 바뀌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차의 첫 인상을 결정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작은 변화인데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앞만 보고 있으면 수입차 느낌이 물씬 났다. 다만 옆 라인은 날렵하게 쭉 빠졌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은 아니었다.

시동을 켜야 본색을 드러내는 헤드 램프와 리어 램프의 Z자는 은근히 매력 포인트였다. 앞은 파란색 Z, 뒤는 빨간색 Z로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고 보니 리어 램프 디자인은 지난해 말 나온 신형 스포티지 리어 램프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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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K7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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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체감 공간은 휠베이스가 10㎜ 늘어났다는 제원표 이상으로 넓어진 듯 했다. 장신 남성도 2열 시트에서 편안히 다리를 놀릴 수 있을 정도다.

시승차는 3.3 가솔린 모델 최상위 트림인 노블레스 스페셜. 가격이 3,920만원으로 가장 비싸지만 기아차가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개발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시승 코스는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거쳐 국도로 남춘천까지 이어지는 약 80㎞였다.

6단에서 8단으로 늘어난 변속기는 290마력(ps)이나 되는 엔진의 파워를 효율적으로 바퀴에 전달했다. 오르막 도로에서야 뭐 당연히 변속이 느껴졌지만 평지에서는 변속을 감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기어 단수가 올라갔다. 변속 충격이 적은데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흡차음재를 폭넓게 적용한 덕에 고속 주행에서 실내 정숙성이 돋보였다. 다만 배기량이 워낙 크다 보니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주행 모드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에코로 달려도 이건 뭐 배기량 낮은 차의 스포츠 모드보다 낫기 때문인 것 같다.

주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동급 최초로 후측방 경보,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가 연동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였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에 고속도로 자동 감속 기능까지 추가돼 100㎞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105㎞로 설정하고 달려도 과속단속카메라 앞에서는 알아서 100㎞로 속도를 줄였다. ASCC를 잘 활용하면 고속도로 정속 주행은 손대지 않고 코를 풀 정도였다. 다만 순간적으로 야비하게 끼어드는 차량에 대해서는 이 기능을 끝까지 시험해보지 못했다. 놀란 몸이 먼저 반응해서 제동 페달을 밟을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올 뉴 K7의 존재감을 끌어올린 것은 국산차에 처음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다. 그런데 이 변속기는 3.3 가솔린과 2.2 디젤 엔진에만 탑재된다. K7 계약 물량의 40%나 되는 2.4 가솔린 모델에는 이전처럼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왜 기아차는 가장 많이 찾는 2.4 가솔린에는 이 신무기를 넣지 않았을까. 현대자동차 신형 아반떼의 캐치프레이즈인 ‘슈퍼 노말’이 K7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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