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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성 脫구글 움직임…협력서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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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타이젠 운영체제(OS) 스마트폰 'Z시리즈'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인도 뉴델리 구르가온에서 신형 타이젠폰 '삼성 Z3'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분에서 구글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던 삼성전자가 '탈(脫)구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종속 우려감이 커지면서 구글을 협력 대상에서 경쟁 상대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오는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201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개최 시점이다. 구글은 통상 개발자대회를 매년 6월 열고 있는데, 올해 삼성은 이보다 앞선 4월을 택했다. 뭔가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행사 장소도 구글과 똑같다. 삼성은 2014년 행사 때부터 구글·애플·인텔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이 개발자대회를 여는 모스콘센터(웨스트)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이 6월에 개발자대회를 열기 때문에 이보다 앞선 시점이 좋겠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며 "새로운 스마트폰이 2월 공개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SW) 로드맵을 공개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대회는 전 세계 SW 개발자들과 파트너사들이 참가해 해당 회사 기술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삼성은 올해 개발자대회에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개발 플랫폼 '아틱'과 기업 보안 솔루션 '녹스', 웨어러블과 가상현실 등 최신 기술 분야를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삼성이 개발자대회를 앞당기고 다양한 솔루션을 공개하며 SW에도 강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을 채택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앞서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2014년 개발자대회에서 발표한 구글핏 플랫폼 파트너사에서 삼성전자 이름을 지웠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기어 시리즈'를 통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자 구글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삼성을 배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조용하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젠 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 총 290만대가 팔려 스마트폰 OS 점유율 5위에 올랐다. 연 단위로는 5위지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블랙베리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타이젠은 3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모바일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윈도폰 판매량은 약 2900만대로 타이젠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지만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라 삼성으로서는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결제시스템에서도 삼성전자는 구글이 2011년 내놓은 '구글월렛' 대신 독자적인 '삼성페이'를 선보이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한국에 이어 미국시장에도 론칭되며 순조롭게 서비스가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삼성은 지난해 말 자동차 부품사업인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구글 스마트카 프로젝트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당장은 삼성전자가 전장부품 공급에 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인 스마트카를 염두에 둔다면 구글과 한판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삼성은 구글 중심 스마트카 개발 연합인 오픈오토모티브얼라이언스(OAA)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스마트카 사업에서는 완성차와 전자업계 간 싸움보다 구글이나 애플, 삼성전자 같은 전자업계 간 내부 알력 다툼이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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