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기본법 32년 만에 손질
부칙에 ‘안전보장 이바지’ 항목 넣어
관방장관 “군사적 전용 안 해” 진화
후지무라 관방장관 |
21일 일본 도쿄(東京)신문의 1면 기사가 한국과 일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원자력의 헌법 슬그머니 변경, 군사용에 대한 우려도’란 제목의 보도였다. 일본 국회가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을 19일 통과시키면서 ‘원자력의 헌법’으로 불리는 원자력기본법 개정안을 설치법 부칙에 끼워 넣은 내용을 다룬 기사다. 원자력기본법 개정은 32년 만이다. 문제가 된 것은 ‘원자력 이용의 안전 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 가운데 ‘안전보장’ 표현이다. 기사는 즉각 원자력(핵)의 군사적 전용 길을 열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법안 성립 과정도 그랬다. 해당 문구는 당초 일본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법안에는 없었다. 국회의 법안 수정 과정에서 제1 야당인 자민당 요구로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홈페이지에도 실리지 않았고, 공청회 등에서의 논의도 없었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 ‘세계평화 호소 7인 위원회’는 긴급 호소문을 통해 “ (핵의) 군사 이용의 길을 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국익을 해치고 화근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전용한다는 생각은 일절 갖고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원전담당상 겸 환경상도 “새로 포함된 ‘안전보장’은 핵무장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핵확산을 하지 않겠다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호소노 장관의 주장대로 비확산 차원이라면 ‘보장조치(safeguard)’란 단어를 쓰면 그만이지 왜 ‘안전보장(security)’이란 단어를 썼는지 의문이 남는다. 중장기적으로 핵 무장을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미묘했다. 북한이 지난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 보유국을 명기한 사실이 밝혀진(5월 말) 지 20일 만이다.
법안 수정을 주도한 자민당의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중의원 의원 측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해를 샀다면 시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오자키 의원실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원자력과 관련된 조그만 잘못이나 실수, 나아가 테러로 인해 국가 안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보장’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란 부분을 ‘국민과 국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19일 참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당시 국회 법제국은 “ ‘안전보장’이란 해석을 놓고 군사 이용 목적으로도 해석되느냐를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군사 이용 목적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원자력기본법=1955년 제정됐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정한 최초의 법률이다. 평화헌법이 정한 ‘비핵 3원칙’의 기초가 되고 있다. 원자력의 연구 및 개발·이용의 목적을 ‘평화 목적’에 한정하고 있어 원자력을 군사 목적으로 연구하고 이용하는 그 어떤 행위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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