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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구글 입사시험 "1~10000 사이 8은 몇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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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한국기업이 그물로 훑으면, 구글은 작살로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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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팀도 아닌 일반 엔지니어들이 회사 곳곳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정준양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은 지난 4월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를 방문한 뒤 "구글의 주인의식과 협업문화, 그리고 스피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12일에는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도 이곳을 찾아 구글의 인재선발과 기업문화에 대해 한 수 배우고 갔다.

삼성과 포스코의 최고경영진조차 감탄한 구글의 비밀은 무엇일까? 직원들은 왜 하나같이 회사를 자랑스러워할까? 어떻게 사람을 뽑길래 창의적인 인재를 핀셋처럼 콕콕 집어낼까? 기자는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구글러들로부터 그 비결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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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직원들이 야외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 업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철학이 구글을 인재의 보고로 만들었다.


"타율 3할, 에러 0.1%, 왼손잡이 좌익수가 필요하다"
구글에서 HR(Human Resources·인적자원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황성현 파트너는 "한국기업이 그물을 던져 인재를 훑는다면, 구글은 작살로 잡는다"고 비교했다. 한국기업이 대어, 잡어 구분 없이 대충 건져 올리는 식이면, 구글은 꼭 필요한 물고기를 정조준 해서 잡아 낸다는 것. 그는 구글에 입사하기 전 한국의 대기업과 야후 등에서 근무한 HR 전문가이다.

채용인원을 정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그는 "구글은 채용권한이 각 실무팀에 있기 때문에 각 팀별로 몇 명을 뽑을지 수시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이 매출과 이익 전망치 잡고 인건비 산출해서, 여기에 맞춰 채용인원을 결정하는 것과는 거꾸로이다. 구글은 인건비 예산을 미리 잡아두지 않는다. 얼마가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채용요건도 구체적이다. 그는 "야구선수 선발에 비유하면, 한국기업이 달리기 잘하는 사람들 대충 뽑아 6개월을 가르친 뒤 경기에 내보낸다면, 구글은 '왼손잡이이면서 타율은 3할 대이고, 과거 에러는 0.15% 이하이며, 경력은 5년인 좌익수'처럼 정확히 겨냥해 뽑는다"고 말했다. 경력자뿐 아니라 신입직원도 이렇게 뽑는다. 작년 5000명을 채용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렇게 뽑았다.

그는 "한국기업이 학교, 학점, 영어 등으로 대충 뽑은 뒤 교육하고 성과 관리한다고 고생한다"며 "하지만 구글은 합격통보 다음날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특히 구글은 내부 직원들도 다른 파트에서 일할 수 있도록, 내외부에 동시에 공고를 낸다.

한해 수천 명씩 작살로 건져 올리려면 엄청난 품이 들어갈 터. 구글에는 HR분야 리쿠르터 직원 숫자만 해도 한국의 웬만한 중견기업 종업원수와 맞먹는다. 숫자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 때문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 구글 직원 30여명 가운에 1명이 사람 뽑는 일만 전담하는 리쿠르터이다.

이들은 각 팀별로 배정돼 지원자 이력서를 검토하고 스카우트를 담당한다. 모두 해당업무의 전문가이다. 한국 기업에서 인사팀 직원 1, 2명이 채용실무를 총괄하고, 이마저 채용시즌이 끝나면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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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상 구글 마케팅 매니저, 황성현 구글 비즈 파트너, 정기현 구글북스 프로덕트매니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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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터 1만까지 8은 모두 몇 개가 나오나?"
한국기업의 인재선발 그물이 학벌과 점수라면, 구글의 작살은 집요한 다단계 면접. 원래 12단계였지만 최근 4~5단계로 줄었다. 어떤 사람이 구글에서 성과를 내는지 자료가 축적된 덕분이다.

면접에서 평가하는 기준은 창의성과 전문성, 리더십, 그리고 구글에 맞는 사람인지 등 네 가지. 한국처럼 임원면접은 없다. 함께 일할 팀 동료들이 직접 면접을 한다. 그래서 구글에 입사하면 받게 되는 유일한 교육이 인터뷰 트레이닝. 채용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떻게 답변을 분석할지 배우는 것. 면접을 했던 직원은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인터뷰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해 제출해야 한다.

구글의 마케팅 매니저 유경상씨는 "면접에서는 그 사람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깊게 묻는다"며 "지원자는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스타일과 잠재력, 단점을 알게 될 정도이다"고 말했다. 그는 비(非)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국에서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을 졸업하고 구글로 곧바로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특히 창의성이나 전문성을 묻는 질문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에게는 '1부터 10000까지 8은 모두 몇 개 나오나?'를 묻고는 칠판에 프로그램 코딩을 하듯 알고리즘을 짜서 답변하게 한다. 황 파트너는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직접 출제한 문제은행이 별도로 있는데, 멘사클럽(전세계 수재들의 모임)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디자이너에게는 '1000층짜리 건물을 짓는데 엘리베이터 층수표시 버튼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묻고, 마케팅 지원자에게는 '크롬보다 100배 빠른 브라우저를 개발해 팔아야 하는데 가격책정과 마케팅전략을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은 자신이 리더십을 발휘해 상황을 해결한 사례를 많이 묻는데, 쉬울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당신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문제가 생겼을 텐데, 잘못된 결정이 아니냐'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든다.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황 파트너는 "직원들은 면접을 하면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동료를 뽑는 것임을 알게 된다"며 "내부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채용돼 일정기간 일하면 헤드헌터에 준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인재선발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원자 한 사람당 인터뷰 결과자료만 30여 페이지. 이 자료는 업무에 따라 수백 개로 세분화된 인사위원회(hiring committee)를 거치고, 다시 지역별 위원회를 거친 뒤, CEO인 래리 페이지에게 올라간다. 황 파트너는 "각 지원자에 대한 인터뷰 결과가 3~4페이지로 요약돼 래리에게 보고되는데, 래리가 뒤집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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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다.
"참견하는 게 좋고, 참견 받는 게 좋다"
이런 인재선발 과정에 녹아 있는 구글의 철학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 업무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 직원들은 자신이 그 넓은 바다에서 정확히 조준돼 채용됐음을 알기 때문에 자부심과 주인의식이 넘친다. 또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동료를 신뢰하고 존중한다.

유 매니저는 "처음 입사해서 더듬더듬 영어로 말할 때에도 모두가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경청해주었다"며 "구글에서 함께 일할 정도면 영어 좀 더듬거려도 실력이 있을 거라는 신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구글의 문화는 CC(Carbon copy, 참조)의 문화"라며 "모두가 참견하길 좋아하고, 참견 받는 것 역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모든 사람에게 참조메일을 보내 의견을 구하는데, 다음 날 아침이면 100개, 200개씩 답장이 와있다는 것.

그는 "구글의 지메일이 다른 메일과 다른 점은 답장이 계속 올 때 하나로 묶어서 보여준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이유도 동료의 일에 자기 일처럼 달려드는 구글 문화 때문이다"고 말했다.

구글북스를 총괄하고 있는 정기현 프로덕트 매니저는 "누가 출퇴근 시간 체크하는 것도 아닌데도 알아서 일하고, 매주 최고 경영진이 M&A정보 빼고 모두 공개하는데도 정보유출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회사와 직원, 그리고 동료들간의 트러스트(신뢰)가 있기 때문이고, 그 트러스트는 구글만의 독특한 인재선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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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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