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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메르스 유행 원인 돌연변이 아닌 과밀병실이 부른 人災"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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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대규모 감염 첫 번째 환자와 다른 환자들 유전자 동일

메르스, 변이 심한 RNA 유전물질 갖는데도 유전자 변이율 미미

밀실구조 병원에서 많은 감염확산 명확...0.1% 변이 특성도 지속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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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시설이 갖춰진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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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국내 유입 메르스 유전자가 사우디에서 발생한 메르스 바이러스에 비해 0.1% 정도 염기서열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전파력과의 상관관계에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볼 수 있는 중동국가들보다 감염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사실상 0.1% 정도의 유전적 변이가 독성을 크게 나타낸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슈퍼전파자와 다른 확진자간 유전자 염기서열이 동일하고 외가닥 유전자 RNA로 이뤄진 메르스 특성상 변이가 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미한 수준인 0.1% 변이율을 보여서다.

또 유독 많은 환자를 감염시킨 사례가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졌고 병원밖에서의 감염은 없었다는 것도 근거다.

질본 "국내 유입 메르스 바이러스 중동과 99.9% 일치..변종으로 볼수 없다"

8일 질병관리본부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 genes)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사실상 동일 계통 바이러스임이 확인됐다. 바이러스 변이 수준은 0.1%로 미미했다. 스파이크 당단백질은 메르스가 체내 세포에 결합할 때 쓰이는 것으로 감염에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번 유전자 분석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6월에도 국내 유입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기존 중동국가 바이러스와 99.82% 일치한다고 첫 공식 발표했다. 따라서 나머지 0.18% 정도 염기서열 변이가 있었던 것은 인정했던 셈이다. 다만 보건당국은 당시 “8% 이상 유전자 염기서열이 달라야 바이러스 변이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심각한 감염확산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긴 어렵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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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일부 캡쳐.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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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문 결과도 국내 메르스가 미미한 유전자 변이율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과거 신종 인플루엔자 때처럼 새로운 돌연변이 바이러스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신종플루와 달리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주실 국립보건연구원장은 8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정보로 0.1%가 전파력이나 독성 차이를 가져올 만한 변이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는 논문 작성에 활용된 8명의 메르스 환자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메르스 유전자 변이 연구에는 첫번째 환자를 포함해 2번, 9번, 10번, 12번, 13번, 15번, 42번 환자의 검체가 사용됐다.

다른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와 16번 환자 검체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국내 대규모 메르스 확산을 일으킨 첫 번째 환자 검체와 한림대동탄 성심병원에서만 6명의 환자들을 감염시킨 15번 환자 검체가 함께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이들의 메르스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발생한 계통과 99.68~99.9%가 동일했다.

이주실 원장은 “첫 번째 환자와 다른 7명의 환자들의 염기서열이 모두 일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메르스 바이러스 총 4062개 염기서열 중 8개에서만 염기치환(변이)가 있었고, 아미노산 1353개 중에선 4개 치환이 있었다.

◇메르스, 변이 쉬운 RNA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변이율

0.1% 유전자 변이가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는 또 다른 근거는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의 특징에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RNA로 이뤄져 있다. DNA는 이중나선 구조여서 한쪽 유전정보에 변이가 생겨도 다른 쪽 정상 유전정보를 통해 복구될 수 있지만 외가닥 RNA의 경우 변이가 생기면 더 이상 고치지 못한다. 아무리 메르스에 대항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도 통하지 않는 바이러스 탄생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서 0.1% 변이는 메르스가 RNA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상당히 낮은 비율로 변이가 일어났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 정도의 변이는 RNA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계절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하는 것보다도 훨씬 적게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밀 응급실과 너도나도 병문안 문화가 감염확산 키워" 결론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급속도로 메르스 확산이 이뤄졌던 것은 사실상 국내 메르스 유전자가 달라서가 아닌 우리나라 특유의 병실 구조와 병문안 문화 작용이 더 컸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메르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던 평택성모병원은 병실 내 환기구가 없었고,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밀집된 응급실에서 집중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국내 메르스 확산이 바이러스 돌연변이 때문이 아닌 우리나라 특유의 과밀 병원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고 병문안 자제와 병실구조 개선 등 감염병 방역대책에 착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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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가 해제된 지난해 7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음압격리병실 설치로 직원식당에 옮겨 놓은 침구류 및 물품을 다시 제자리로 옮기고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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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 변이에 대한 연구는 지속"


다만 0.1%의 유전자 변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와 14번 환자, 16번 환자 등 슈퍼전파자의 검체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주실 원장은 “독성이 없다는 1차 결과와 크게 다를 부분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미세한 차이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긴급상황센터장)도 “유전자 분석과 전파 양상과 같은 역학적인 특성을 연계 분석해야 앞으로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고 현재 민관합동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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