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이애란. |
새누리당이 노래 ‘백세인생’을 4·13 총선 로고송으로 이용하려다 5억원이라는 조건 때문에 포기했다. 당 관계자는 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라고 전해라’라는 가사가 중독성이 있으니 선거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5억원은 집권여당 입장에서도 허리가 휘청할 만큼 큰 액수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애란씨는 이 노래 한 곡으로 25년이라는 긴 무명생활 끝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씨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부쩍 활동이 늘었고 최근 출연료가 6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방송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선 첫 앨범 실패 후 진 빚을 여전히 갚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다.
2013년 발표된 ‘백세인생’은 고령화시대에 한평생 천수를 누리며 살고자 하는 마음을 염라대왕에게 전하는 노랫말로, 구수한 아리랑 가락에 반복되는 후렴구가 매력적인 노래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중략)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텐데 또 왔냐고 전해라.’
이런 노랫말은 이씨가 노래하는 장면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짤방(‘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글과 함께 올리는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내일 회사, 못 간다고 전해라’, ‘월요일, 또 왔냐고 전해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각종 패러디물이 등장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근혜계와 비박계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을 빗대 “친유승민이라 친박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는 가사를 붙이는 식이다.
이 노래가 세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끌자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로고송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백세인생’을 작사·작곡한 작곡가 김종완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새누리당의 선거 로고송을 제작하는 업체 관계자를 만났을 때 독점 사용을 요구하길래 5억원을 제시한 건 사실"이라며 "독점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생각없이 내놓은 액수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중가요는 누구나 공유해야 하는데 독점 사용을 원한다면서 제대로 된 보상은 하지 않고 간을 보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는 돈보다 명예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며 "저작권료로 장사를 했다면 이미 돈 방석에 올라 앉았겠지만 아직도 저작권료는 월 15만~20만원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 당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건 원치 않는다"며 "국회의원이나 예비후보자 개인이 사용하기를 원할 경우 통상 인격권료로 인정되는 140만~150만원 선에서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선 재선의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이 곡을 선거에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3선되면 국회에서도 강력한힘 발휘해 북구위해 큰일 할 사람 민식이라 전해라' 등으로 개사 작업도 마쳤다. 박 의원은 "저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이 노래로 개사를 해서 부르길래 아예 선거 로고송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은 유권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곡이라 선거에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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