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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메르스→건대 폐렴→다나의원, 감염병에 요동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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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뉴스 결산] 지난 5월부터 8개월 동안 세 차례 집단감염

질병관리본부 내년에 차관급으로 격상…병문안 문화 수술대 올라

뉴스1

음압시설이 갖춰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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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올해 우리나라 보건복지 뉴스는 감염병으로 시작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감염병이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적은 없었다.

상반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두 달여간 전국이 공포에 떨었고 하반기에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생긴 집단 폐렴과 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전파경로가 불분명하고 왜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고 공포감이 증폭됐다. 올해에만 이런 감염병 사태가 세 차례나 벌어졌다.

급기야 정부는 1급 실장이 관할하는 질병관리본부를 내년부터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하고 대대적인 방역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오랜 세월 미덕으로 여겨온 병문안 문화도 수술대에 올랐다.

◇확진 186명·사망 38명…218일 생존한 메르스

이름조차 생소한 메르스가 대한민국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기간은 218일이다. 지난 5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공식적으로 종식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중동 지역에서 유입된 신종 감염병으로만 여겼던 메르스가 국내에 남긴 상처는 깊다. 38명이 숨지고 186명이 메르스로 힘겨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명률은 20%를 기록했다.

메르스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6월 초까지 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는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확진 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를 반대하는 보건복지부의 갈등은 국민들 불안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이미 메르스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후였다.

정부는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매일 몇 명의 감염자와 격리자가 발생했는지 언론은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전국 학교와 어린이집 시설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병원에는 환자들 발길이 끊겼다. 약국에는 보건용 마스크가 동이 났다.

7월 초 메르스가 급격히 진정세를 보이고 6일 이후 더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석 달 뒤인 10월 3일 마지막 감염자인 80번 환자가 퇴원 9일 만에 다시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재입원하기에 이른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으로 인해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상황이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5일 안타깝게도 숨졌다.

메르스 사태로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 보건당국과 합동조사를 진행한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단체로 방문하는 병문안 문화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이번 사태로 포괄간호서비스 등 필수적인 보건 정책 도입에 속도가 붙은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실험실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부주의…55명 폐렴에 감염

55명의 젊은 학생과 연구원들이 집단으로 폐렴에 걸린 건국대학교 사건은 인재(人災)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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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폐렴 환자가 발생한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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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료를 분쇄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생명과학대학 대학원생들은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 없이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심지어 밥까지 먹었다.

건국대 역학조사반은 "실험실에도 등급이 있다"며 "보통 2·3·4 등급 이상에서는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지만 이런 1등급 시설은 규정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더라도 실험실은 당연히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 폐렴 환자가 최초 발생한 시점은 지난 10월 19일이다. 이후 환자가 계속 늘었고 지난달 2일까지 총 55명이 폐렴 증상을 보였다.

역학조사반은 집단 폐렴이 발생한 유력한 원인으로 토양과 식물체에서 발견되는 방선균(S.rectivirgula)을 제시했다.

방선균은 세포가 실 모양으로 연결됐고 그 끝에 포자가 있어 형태학적으로는 곰팡이(진균)와 유사하나 세균류에 속한다. 주변에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집단 폐렴을 일으킨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다만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국은 호흡기 바이러스, 메르스, 병원체 대상 실험에서도 모두 음성이 나온 점을 고려해 제3의 병원체가 원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건대 폐렴은 한동안 원인을 알 수 없어 제2의 메르스로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다행히 환자들 증상이 경미해 그런 우려는 쉽게 사라졌다. 하지만 실험실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져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주사기 재사용으로 전대미문 C형간염 집단감염

메르스와 건국대 집단 폐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지난달 20일에는 서울시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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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대규모 C형간염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다나의원./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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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즉각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국은 지난달 27~28일 다나의원 간호조무사를 통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의원 원장이 몸이 불편한 상태로 진료를 이어갔고 간호조무사 자격이 있는 원장 부인이 사실상 의사 역할을 해온 점이 밝혀졌다.

다나의원은 2008년 5월 문을 연 이후 총 2268명이 진료를 받았다. 오랜 기간 주사기를 재사용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검사가 진행 중이다.

의사 자격이 없는 원장 부인이 사실상의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고 주사기 재사용이 C형간염으로 이어진 것은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문제는 C형간염 감염자들의 유전자 형태가 국내에서 드문 1a형이라는 점이다. 1a형에 대한 C형간염 치료제는 최근에야 국내 허가를 받았다.

3달간 치료를 받으려면 4500만원 안팎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20억원대에 이르는 치료비를 당장 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는 귀책사유가 발생한 다나의원 원장과 부인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여기에 이달 말까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환자들 치료와 치료비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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