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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메르스 상황종료..두 달 ‘공포’ 다섯 달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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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24일 0시 기점, 메르스 상황종료 선언..첫 확진자 218일만

병원명 비공개 원칙에서 커진 사태..마지막 80번 환자 격리해제 논란은 여전히 잔상

'무증상자 발생', '감염경로 미궁' 등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도 남아

뉴스1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지난 6월 10일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은 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환자 입원 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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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24일 0시를 기점으로 국내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다. 지난 5월 20일 첫 번째 메르스 확진자 발생 이후 사망자들이 순식간에 늘어나면서 국내 전역을 공포에 몰아 넣은지 218일만이다. 그 과정에서 비공개 원칙에 따른 아쉬움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에 의해 메르스 시작과 끝은 여전히 논란으로 남고 있다.

서로의 재채기조차 용납되지 않던 메르스 공포는 방역당국이 치료 중인 80번 환자를 남기고 7월 6일 사실상 종식선언을 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 휴원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생겨났고 학교 역시 휴교령을 내린 곳들도 있었다. 병·의원은 환자 발 길이 끊기며 정부에 지원을 호소했다. 격리해제자들이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메르스의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과 SNS상에 퍼지면서 정부는 정보 제공자에 처벌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7월 이후에도 5달 동안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메르스 환자 급증, 그리고 마지막 80번 환자가 지난 10월 3일 퇴원한지 약 9일만에 다시 양성판정을 받고 재입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 의료진은 80번 환자에 대해 바이러스 양성과 음성이 오가는 상황이나 사실상 감염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 역시 기저질환 림프종 집중치료를 위해 격리해제를 요구해왔으나 당국이 격리해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결국 80번 환자는 긴 사투 끝에 11월 25일 사망했고 메르스가 종료되는 24일 0시는 그날 이후 28일째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최장 잠복기 14일의 2배인 28일이 지나는 시점을 공식 종식일로 잡고 있다.

메르스는 총 확진자 수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치명률 20%를 기록했다. 국가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공개 원칙·부실 대응..‘무증상’, ‘잠복기 14일 초과’ 남아있는 미스터리


국내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메르스 병원 비공개 원칙, 부실대응 등으로 커졌다는 지적이 거셌다. 5월 3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전 장관은 “메르스 파급력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고 사과했지만 이 때는 시작에 불과했다.

6월 4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35번 환자인 의사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돼 확진판정을 받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 환자가 시민 1565명과 접촉한 것 같다며 준전시 상황임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박원순 시장과 설전을 벌였던 35번 환자는 확진판정 받은지 186일만인 12월 6일 퇴원했다.

이미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는 6월 7일이 돼서야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명을 전면 공개했다. 6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와의 메르스 합동조사단은 “병원명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해 사태가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비롯해 환자 발생 혹은 경유했던 삼성서울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건국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잇달아 부분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7월 4일에는 마지막 확진자 186번 환자가 발생했고 그 뒤에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환자들도 발생했다. 6월 27일 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인 182번 환자는 최초로 무증상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최장 잠복기 14일을 넘긴 환자도 발생했다. 감염경로가 미궁인 환자들도 있다.

이후 장관이 교체됐으며, 마지막 환자였던 80번 환자가 음성판정을 받고 10월 3일 퇴원했으나 11일 다시 고열 등 증상이 발생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유전자 양성판정이 나와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지만 당시 보건당국은 80번 환자에 죽은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감염력은 없다고 밝혔다. 10월 25일에는 152번 환자가 처음으로 메르스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11월 중순, 마지막 80번 환자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80번 환자의 부인은 정부가 감염력이 없다면서 80번 환자의 음압격리 조치를 지속해 기저질환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측에 따르면 80번 환자가 사망하기 전날에는 의료진이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80번 환자도 “살고 싶다”고 보호자에 말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보호자 입장에서 속상한 것은 알지만 감염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아직 양성과 음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세계 처음이라고 하는데 WHO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결국 80번 환자는 11월 25일 새벽 3시경 사망했다.

총 218일간의 메르스 사태로 보수적 역학조사로 인한 감염 확대와 응급실 과밀화, 온가족 병문안 문화, 방역 구멍 등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국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재발을 막기 위해 역학조사관 정규직 확대, 병문안 문화 개선, 응급실 및 병실 구조 개선 등 방역대책을 내세웠다. 복지부는 "신종 감염병의 해외 유입 가능성은 계속 남아 있다"며 "방역대책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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