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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2015 충북> 위기가 기회…메르스 극복 '성공모델' 된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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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분란한 초기 대응, 공직자 헌신적인 노력으로 확산 막아

맨투맨식 방역망 관리…매뉴얼 삼도록 방역과정 백서 발간

연합뉴스

통제되는 메르스 환자 진료실 <<연합뉴스 DB>>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6월 충북에서 유일하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던 옥천군은 최근 방역과정을 총정리한 백서(白書)를 펴냈다.

환자 발생부터 접촉자 관리, 선별진료소 운영, 사망자 처리 과정 전반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미흡했거나 개선할 점 등도 가감없이 담아냈다.

옥천군의 메르스 방역은 초기부터 방역당국의 주목을 받았다.

이 지역 환자인 A 씨가 '슈퍼 전파자' 후보로 지목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옥천군의 일사분란한 대응과 촘촘한 방역망 관리가 감염병 방역 '성공모델'로 삼을만 했기 때문이다.

김영만 옥천군수는 "방역 통제선을 사수하기 위해 100여명의 공무원이 2주 넘게 밤을 꼬박 새다시피했다"며 "공직자들의 헌신과 주민 협조가 합쳐져 단기간에 메르스 공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바늘구멍도 막아라"…숨 막혔던 방역작전

인구 5만3천여명이 사는 옥천에 메르스 공포가 몰아닥친 것은 지난 6월 8일. 간암을 앓던 60대 남성 A 씨가 메르스 2차 유행지였던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뒤 이 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부터다.

감염 사실을 몰랐던 그가 열흘 동안 동네병원과 마을회관, 음식점 등 여러 곳을 드나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용하던 농촌마을은 하루 아침에 벌집을 쑤신 듯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만큼 2차·3차 감염자 발생은 시간문제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가히 공포 분위기가 군 전역을 뒤덮었다.

잔뜩 겁을먹은 주민들은 문밖 출입을 꺼렸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보건소를 찾는 사람도 줄을 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방역당국이 A 씨를 '슈퍼 전파자' 후보로 지목, 시민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옥천군은 처음부터 초강력 방역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학교·유치원을 비롯해 300여 곳의 마을 경로당을 전격 폐쇄했고, 다중이 출입하는 체육시설과 문화시설도 일제히 문을 걸어 잠갔다.

재래시장과 복지관 등이 봉쇄되고, 주요 관광지와 휴양림 운영도 중단됐다.

행정기관의 행사나 교육이 전면 취소되는가 하면, 마을 단위의 소규모 행사도 예외 없이 중단됐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모일만한 공간을 미리 차단하는 방식으로 혹시 모를 전파 경로를 모두 끊어놓은 셈이다.

김 군수는 대책본부가 차려진 보건소에 머물면서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했고, 행정업무를 보던 공무원들도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방역현장에 투입됐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A 씨의 행적과 동선 등을 공개하는 군정소식지 호외판까지 발행됐을 정도다.

옥천군의 김연철 홍보팀장은 "당시 보건소는 물론 군청에서도 160여명의 직원이 매일 방역 통제선을 지키거나 격리 주민을 돌보는 일에 투입됐다"며 "24시간 방역현장을 오가느라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 격리자 '맨투맨' 관리…수호천사 자처한 공무원들

당시 A 씨와 접촉해 자택에 격리됐던 옥천 주민은 82명. 보건당국으로부터 건강 상태를 점검받던 367명의 '능동감시자'를 합쳐 449명이 집중 관리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들을 통제선 안에 묶어 놓기 위해 옥천군이 택한 방식은 '맨투맨' 관리였다.

공무원이 2인 1조로 격리자를 맡아 건강상태를 점검하면서 수시로 전화를 걸어 소재를 확인하고, 생필품 구입같은 심부름이나 농삿일 등을 대신해주면서 집 밖 출입을 막는 방식이었다.

혼자 사는 정모(78·여)씨를 담당했던 기획감사실의 이선옥 주무관은 "5일장에서 채소를 팔면서 폐지 등을 줍던 정 할머니를 대신해 동료들과 함께 폐지를 모아서 가져다 드린 적도 했다"며 "바깥 출입을 못하는 할머니에게 김치와 반찬을 가져다주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도움을 받은 정씨는 "젊은 공무원들이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을 알아서 척척 가져다줘 어렵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격리됐던 김모(69·여)씨도 "공무원들이 보건소에 들러 혈압약을 받아오고, 밭일까지 도와줘 힘든 격리기간을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다"며 "당시는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고마워했다.

긴박했던 메르스 방역은 환자 발생 17일 만에 주민들의 격리가 모두 풀리면서 위기상황을 넘겼다.

그러나 상권이 위축되고 음식점 손님이 끊기는 등 메르스 공포가 몰고온 생채기는 여러 분야에 남겨졌다.

이번에도 공직사회가 '수호천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군청 구내식당 운영을 격일제로 바꾸고 기업체 단체 회식과 재래시장 장보기를 주선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격리됐던 주민한테 나타날 수 있는 정신적 후유증을 우려해 군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손잡고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도 강화했다.

임순혁 옥천군보건소장은 "격리에서 풀려난 주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했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건강식단도 보급했다"며 "사후 관리를 통해 장기간 격리됐던 주민들이 수월하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천군의 메르스 대응은 성공적인 방역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사회적 유대가 강하고 노인이 많은 농촌지역 감염병 관리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백서 제작을 감수했던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옥천군의 일사분란한 방역망 구축과 맨투맨식 격리자 관리 등은 향후 농촌지역 감염병 대응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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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했던 경로당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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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격리자 집에 생필품 전달하는 공무원들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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