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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2015 경제> ⑤ 우리 사회 뒤흔든 메르스 사태…경제에도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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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유커 등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6~7월 메르스 사태 당시 매출이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8월을 포함해 최근 한달 보름여 사이 유커 소비가 극적으로 많이 늘면서 완전히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고 유통업체들은 밝혔다. 사진 오른쪽은 지난 6월 메르스 여파로 한산한 명동거리. 2015.9.20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단어는 올해 갑자기 나타나 큰 공포와 상처를 남기고 떠난 신종 감염병이다. 한국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메르스의 최고 유행지가 되며 '코르스'(KORS)라는 냉소적인 농담도 나왔다.

메르스의 공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만들고 인구이동을 급격히 위축시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번화가는 한산해졌고 한국을 찾던 관광객들은 발길을 끊었다.

◇ 1명의 환자가 다시 0명이 되기까지 190일…구멍뚫린 방역망

5월 20일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다시 환자수가 '0명'이 되기까지는 반 년을 넘긴 190일이 걸렸다.

1번 환자가 사우디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의 첫 번째 유행지가 됐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와 보호자를 거쳐 다른 병실, 다른 층의 환자, 의료진 등으로 순식간에 옮겨갔다.

방역망을 벗어난 14번 환자가 방문한 삼성서울병원은 두번째 유행지가 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사흘간 방문한 이 환자를 통해 감염된 메르스 환자는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91명이나 된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임시로 문을 닫아야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태의 진원지는 병원이었다. 감염자들 모두 병원 내 감염이었으며 감염병 관리가 허술했던 병원은 낙타가 자생하지 않는 한국에서 메르스의 숙주가 됐다.

북적거리는 응급실과 좁은 다인실 병실, 과도한 병문안 문화 등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던 사람이 되레 메르스에 노출됐다.

방역당국은 위기 상황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해야 했지만 컨트롤타워가 자주 바뀌며 우왕좌왕했다. 메르스 사태 초반 밀접접촉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고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은 특히 뼈아픈 실수였다.

신속하게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접촉자들을 격리해야 했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할 역학조사관은 32명 뿐이었다.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역학조사관 수를 최소 89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확정됐고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감염병이 퍼지면 민간 의료인을 치료나 역학조사에 동원할 수 있게 됐고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감염병 연구·교육을 담당할 감염병전문병원(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지정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 움츠러든 경기·사라진 관광객…성장률 2%대 추락

메르스 공포가 급속히 확산하자 음식점과 놀이동산, 쇼핑몰 등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2천곳이 넘는 학교가 휴업·휴교를 단행했으며 메르스의 주 감염 장소인 의료기관은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아파도 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참고 넘어간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경기에 미친 영향은 작년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컸다. 메르스에 직접 노출된 사람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메르스로 인해 움츠러들며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타격을 받았다.

한국은행의 통화운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6월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가 5월보다 11.6%나 줄었고 가전제품 등 내구재는 2.1%, 화장품 등 비내구재는 0.9% 각각 축소됐다. 메르스는 대형 유통업체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직격탄을 날려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달보다 12.6% 급감했고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14.7% 떨어졌다. 서비스업생산도 운수(-6.1%), 숙박·음식(-10.2%), 예술·스포츠·여가(-12.6%) 부문에서 큰 감소를 보였다.

메르스 공포로 국내 관광 산업은 2조6천500억~3조4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관광연구원의 '메르스 사태로 인한 관광산업의 피해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6~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동기대비 무려 153만3천명 줄었다.

한국여행업협회에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7∼8월 한국에서 숙박이나 관광지 등을 이용하겠다고 예약한 외국인 수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82.1% 급감했다. 한국인의 국내 관광 감소 피해액만 따져도 6월 한 달 6천3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내수 활성화 명분으로 11조6천억원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메르스로 국내 관광 산업이 휘청이자 정부와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유럽과 중국 경제의 둔화 속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대에서 2%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두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2.7%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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