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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ravel]쨍한바람 맞으며 12m상공 아슬아슬…제천의 겨울은 짜릿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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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좋고 물맑은 ‘청풍명월’의 고장

겨울에도 비경 찾는 관람객 북적

하얀눈·청풍호 한눈에 담는 등산

절경위서 펼쳐지는 레포츠 인기

작은 금강산의 금월봉도 볼거리

빨간오뎅 한입 베어물면 추위 싹


제천은 겨울이면 강원도 철원과 전국 최저기온 1위를 다툴 정도로 추운 곳이다. 하지만 쨍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공기가 맑아서인지 몸서리가 나진 않는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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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제천은 어딜가나 맑은 바람과 함께 청풍호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레포츠와 매콤한 먹거리가 겨울을 제대로 즐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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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청풍호를 둘러싼 벚꽃이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추운 겨울 제천여행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얀 눈과 청풍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등산 등 레포츠나 추위를 잊게해줄 빨간오뎅 등 매콤한 먹거리가 겨울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쨍한 바람 맞으며 즐기는 겨울 레포츠 =제천에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개 ‘박달재’가 있다. 해발 453m에 위치한 고갯길이다. 예전에는 충주와 제천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고개 아래에 터널이 생겨 관광지로 남았다.

박달재에는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난 박달이와 동네 처녀 금봉이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작사가 고(故) 반야월 선생이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사를 지은 노래가 ‘울고넘는 박달재’다. 박달재에 세워진 박달이와 금봉이의 동상을 보고 아주머니들은 저절로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님아”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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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에 있는 박달이, 금봉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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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을 기다리던 금봉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박달도 금봉을 따라간다. 이승에서 맺어지지 못한 박달과 금봉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성각스님이 만든 박달이와 금봉이 조각들도 세워져있다. 조각들은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다.

박달이와 금봉이 조각공원 아래에는 성각스님이 느티나무로 만든 ‘목굴암’도 있다. 나무 속을 깎아 불상을 세워놨는데 한사람밖에 들어갈 수 없다. 좁은 입구를 지나 나무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납작 엎드려 기어야한다. 저절로 자기 자신을 낮추게 되는 셈이다.

박달재를 지난 제천 시내로 들어서면 제천향교 맞은편에 민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인 벽화마을과 달리 동네 구석구석에 있는 집들의 담벼락에 민화와 전래동화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솔로탈출’, ‘대박’ 등을 기원하는 복주머니, 그네를 타다 신발을 잃어버린 춘향 등이 익살스럽게 묘사돼 있다. 물고기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 용이 되듯 계단을 오르면 출세한다는 ‘출세의 계단’ 등 곳곳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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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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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추위를 잊으려는 관광객들은 금성면에 위치한 제천산악체험장을 찾는다. 군복을 입고 편을 갈라 페인트총을 쏘아서 상대편을 맞추는 서바이벌게임이나 줄 하나에 의지해 12m 상공에서 징검다리 등을 건너는 마린타워가 특히 인기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리는 징검다리는 밑에서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20m 높이에서 짚라인을 타면 무암계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산을 오르는 것도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재미다. 특히 제천에 있는 산들은 정상에서 청풍호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제천산악체험장을 지나 무암사라고 적힌 바위의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동산 등산로가 나온다. 마을에 있는 언덕을 일컫는 동산이 아니라 산 이름이 동산(東山)이다. 약 200m 높이에 있는 남근석까지는 20~30분 정도 걸린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겨울에는 특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남근석 바위 근처에 오르면 금수산 산맥과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연신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남근석 건너편의 작은동산 자락 계곡에는 여근석이 놓여져있다고 한다. 동산 외에 뛰어난 비경을 자랑하는 옥순봉, 제비봉 등도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코스다.

힘들게 등산을 하지 않고 차로 정방사에 올라도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방사는 금수산 자락 신성봉(845m)이 청풍호 방향으로 뻗어 내린 능선 위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2년(66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알려져있다.

이 절은 이끼가 낀 바위가 일주문 역할을 대신 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거대한 암벽 아래 법당과 석조관음보살입상 등이 세워져있다. 법당 앞마당에서 청풍호와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진다. 호수 위로 노을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금수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었다. 퇴계 이황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며 이 산의 이름을 금수산으로 바꿨다. 금수산에 있는 용담폭포, 선녀탕 등도 절경을 자랑한다.

금성면에 위치한 금월봉은 독특한 볼거리다. 한 시멘트 회사가 시멘트 제조용 점토 채취를 위해 땅을 캐면서 드러난 기암괴석들로 이뤄진 바위산이다. 작은 바위산 틈으로 겨울이면 억새가 자라난다. 금강산을 닮아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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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 명물 빨간오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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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오뎅 등 추위를 날릴 매콤한 먹거리 =매서운 추위는 매콤한 음식을 먹으면 저절로 달아난다. 제천시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등갈비찜과 빨간오뎅이 가장 인기있는 먹거리로 꼽혔다. 인기순위 1, 2위를 다투는 먹거리는 제천 중앙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제천은 과거 강원도 태백 등에서 생산된 석탄을 서울로 나르던 역할을 했던 도시다. 석탄산업이 흥하던 시절에는 제천 중앙시장은 적지않은 규모였다.

제천 중앙시장 내에 있는 두꺼비식당은 노란 양푼에 등갈비찜을 내온다. 등갈비는 처음 먹었을 때는 달콤한 맛이 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안에서 점점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함께 나오는 곤드레밥에 등갈비찜 양념을 비벼먹는 것도 별미다.

빨간오뎅은 얇고 납작한 오뎅을 S자로 접어 나무젓가락에 끼워서 고추장 양념을 얹은 것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오뎅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오뎅 4개에 1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학생,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천 메가박스 앞이나 내토 전통시장 입구 등 여러 군데에 빨간오뎅집이 있다.

제천은 송어비빔밥과 함께 약채락비빔밥도 유명하다. 약채락비빔밥은 황기, 오가피, 뽕잎 등을 넣은 건강식이다. 제천은 여름이면 30도 넘게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등 연교차가 커서 약초의 효능이 다른 곳에 비해 좋다고 알려져있다. 매서운 추위를 버티고 단단하게 자란 약초들이 진한 맛을 낸다.

글ㆍ사진(제천)=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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