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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카오·K뱅크 내년 하반기 출범…수수료 제로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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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동욱 최정희 기자] KT가 중심이 된 K뱅크와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가 내년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혁신’을 무기로 23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 사업권을 따낸 만큼 이들 인터넷은행이 선을 보이면 국내 금융산업은 물론 소비자들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 돈을 이체하거나 온·오프라인에서 물건값을 치를 때 그 대가로 은행이나 카드사에 냈던 수수료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모두 지금의 지급·결제시스템을 바꿔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 비용을 대폭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카드사나 결제대행사인 밴사, PG사로선 인터넷은행의 출현이 상당한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자이익 감소로 수수료 수익에 기대고 있는 일반 시중은행들도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의재편을 이끌 ‘메기’가 될 것인지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제·송금수수료 대폭 낮아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국에 지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은행이다. 때문에 비용을 아껴 그만큼 금리나 수수료를 내릴 여력이 생긴다. 카카오뱅크는 30일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금의 지급·결제시스템 바탕을 바꿔 가맹업자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돈을 내는 사람과 돈을 받는 사람 사이에 결제대행사를 두지 않고 바로 연결하는 방식인 ‘앱투앱’ 결제 방식을 통해서다. 앱투앱 결제는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물건값을 치르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 앱을 열어 비밀번호 4자리만 누르면 본인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곧바로 돈이 빠져나가 판매자 계좌로 직접 돈이 전달된다. 중간에 결제 대행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온라인쇼핑몰과 같은 온라인가맹업자는 카드결제 1건당 물건값의 3~4%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물고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판매자로선 카카오뱅크로을 통해 물건값을 받으면 최대 4%까지 내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로 물건값을 치르면 물건값의 1% 안팎을 현금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줄 방침이다. 카카오뱅크가 어떤 혜택을 내거느냐에 따라 카드고객이 카뱅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 측의 이용우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무는 “온라인가맹업자에게 기존 카드수수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가맹점주로선 비용을 아끼면 그만큼 순이익률이 올라가는 만큼 카뱅 가입자를 모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중심이 된 K뱅크도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카드수수료가 부담이 되거나 결제 단말기가 없어 카드사에 가맹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은 K뱅크 앱에 접속하면 10분 안에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다. 지금은 카드사에 가맹 신청을 하려면 6~7종류의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건 물론 기간도 일주일씩 걸린다. K뱅크는 카드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K뱅크로 결제하는 소비자에겐 포인트와 같은 혜택도 줄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송금 수수료도 대폭 낮춘다. K뱅크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10분의 1로 줄이기로 했고 카카오뱅크도 시중은행들보다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 24시간 은행 업무보는 시대 열려

무엇보다 이들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은행 일을 볼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인공지능을 갖춘 금융봇이 카톡을 통해 24시간 고객의 물음에 답하는 플랫폼도 선보인다. 금융봇은 공과금 내역은 물론 적금 만기 때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좋을지도 알려준다. ‘우리동네 뱅크’를 내세운 G뱅크는 모바일 외에도 1000여곳에 이르는 GS리테일 점포, 우리은행의 7000곳 ATM, KT의 1000여개의 공중전화 박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있는 ATM기나 공중전화에 계좌개설이나 상품가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금융대출 시장은 1금융권과 2금융권으로 나뉘어 있지만 대출금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1금융권에선 연 3~5%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2금융권으로 밀리면 15~34% 수준의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방식을 도입해 연 10% 수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여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상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KT·카카오가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 한 고객 정보를 활용한다면 핀테크와 시너지를 가져가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중금리 시장에서 간극을 채워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인터넷은행이 나온다고 해서 당장 기존 금융산업 판이 뒤바뀔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판관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예금, 대출 금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존 은행에 큰 영향을 줄 것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점도 한계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시점을 각각 3년과 6년으로 산정했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지만 추후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다. 특히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서 표류하는 상황이어서 IT기업이 중심이 돼 사업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이 개정되면 최대주주 자리를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바꿀 예정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을 계기로 점포 위주 은행에서 손안에 든 금융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다만 파격과 혁신은 규제가 없는 곳에서 가능하다. 은산분리 규제가 남아 있는 한 인터넷은행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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