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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안철수 ‘혁신 전대’ 열자며… 문재인한테 다시 ‘공’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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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중심 체제 ‘조연’ 거부

야권 잠룡으로 존재감 높이고

혁신 의제 쥐고가겠다는 뜻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29일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거부하며 역으로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카드의 이면엔 그가 현재 처한 복잡한 정치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 ‘혁신전대론’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다. 문 대표 중심의 문안박 체제에 참여해 ‘조연’이 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안 의원은 “야당에 답이 없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의견을 전하는 것으로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국회의원이 직업이 된 것이고, 배가 불러서 목표를 잃었다고 질타했다”며 분노하는 지지자들의 입을 빌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을 강조했다. 문 대표에 대한 싸늘한 호남 민심과, 주류-비주류의 끝없는 내홍을 겨냥한 것이다. 안 의원 쪽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생각은 단순하다. 핵심 지지층인 호남이 거들떠보지 않고 문 대표 리더십이 훼손된 상태에서 문안박 셋이 모인다고 정통성이나 권위가 부여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혁신전대론’은 ‘문·안’ 두 명의 대선 주자가 정면으로 맞붙는 방식으로 혁신 경쟁을 펼치고 이를 통해 총선을 책임지는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내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문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이후 또다시 대표직에 도전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주류, 비주류 모두 문 대표가 이 방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안 의원의 ‘혁신전대론’은 대안을 내놓지도 않고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절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책임론을 의식한 측면이 커 보인다. 다시 문 대표에게 ‘공’을 넘기는 방식으로 무책임하다는 비판론에서 벗어나려 한 것이다.

셋째, 안 의원이 문 대표와 주류 쪽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문안박 연대’ 제안을 수용할 경우 결국 자신은 들러리에 그치거나 이용만 당할 가능성에 대한 안 의원의 경계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때부터 쌓인 두 사람의 불신과 앙금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넷째, 안 의원은 이날 역제안을 통해 야권의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다시 높이고, 혁신의 어젠다를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측면도 있다. 그는 당장 30일 광주에서 혁신토론회를 열고 1박2일간 광주 지역 민심을 듣는 등 독자적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다. 각종 언론에 출연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은 주류-비주류 힘겨루기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안 의원의 이날 주장은 그동안 통합전당대회를 주장해온 당내 비주류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도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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