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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민주화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 현충원에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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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연합뉴스


[메트로신문 유선준 기자]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巨山)인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자신이 그토록 섬기던 시민들의 깊은 애도를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길을 떠나는 동안 하늘도 고인을 추모하는 듯 눈발이 온종일 흩날렸다.

고인은 대형 태극기로 덮인 관 속에 누운 채 오후 늦게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기까지 영결식장인 국회의사당과 상도동 자택, 기념도서관 등 자신의 평생 자취와 숨결이 밴 곳을 일일이 둘러봤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여정은 이날 낮 1시30분께 빈소가 차려진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행렬이 빠져나오면서 시작됐다.

운구행렬이 출발하기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를 표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캐딜락 리무진 영구차는 광화문을 지나 세종로사거리, 공덕동사거리, 마포대교를 거치는 길 11㎞를 20여분간 이동해 영결식장인 국회에 도착했다.

경찰 사이드카 10여대와 선도차, 대형 영정을 실은 무개차가 영구차 앞에 섰고, 유족 등을 태운 대형버스가 뒤따랐다.

도로에 다른 차량은 모두 통제된 가운데 인도에 나온 시민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배웅했다.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최다선(9선) 의원인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등원'이 된 국회 영결식이 오후 2시께 시작되자 눈발은 강해졌고, 운구행렬이 국회를 떠날 때 다시 약해졌다.

국민의례와 고인의 약력소개, 조사, 추도사, 고인의 생전 영상 방영, 종교의식, 추모공연, 조총 발사 등 1시간20여분간 진행된 영결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 유족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원로 정치인들은 속절없이 오열했다.

뚝 떨어진 수은주에 칼바람까지 불어 국회 잔디광장에 준비된 의자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고인과 영결하려는 사람들은 담요와 손난로에 의지한 채 대한민국 첫 문민 대통령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이 마무리되자 고인은 상도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게 19일이었으니 정확히 일주일만의 '귀가'였다.

운구행렬 도착 1시간 전부터 자택 앞 좁은 골목에는 인근 주민과 시민 등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슬픔 속에 고인을 기다렸다.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이웃이자 '꼬마동지'로 알려진 이규희(45·여)씨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아저씨와 손잡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운동을 따라다닌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마음이 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영구차가 도착하고서 고인의 장손인 성민군이 영정을 양손에 꼭 쥐고서 마당과 안방, 식당, 거실 등을 5분가량 돌았다. 고인에게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자 46년간 살아온 곳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어 운구행렬은 자택에서 600m 떨어진 상도터널 남단의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으로 향했다. 자택부터 도서관까지 이르는 길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1천200여명의 주민이 겹겹이 줄을 서 고인을 배웅했다.

일부 주민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잘 가십시오. 잘 가십시오"라는 말만 되뇌었고,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운구 장면을 찍거나 연방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건넸다.

도서관 앞에 잠시 머무른 운구행렬은 장지인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현충원 앞에도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고, 슬픔 속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중랑구에 산다는 이상두(75)씨는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대통령이라 함은 과거 임금 같은 분이니 공이 있든 과가 있든 국민 된 도리로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안장식은 애초 예정시간인 오후 4시를 1시간 넘긴 오후 5시부터 유족과 각계인사, 시민 등 5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추위는 여전했고 눈발도 뿌렸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지만 안장식은 침통하고 진중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차남 현철씨는 하관과 허토, 헌화가 진행되자 통곡에 가까운 흐느낌을 내뱉었고, 거동이 불편해 헌화를 못한 부인 손명순 여사 역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현철씨는 "아버님을 이렇게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를 드린다"며 "아버님께서 비록 이렇게 떠나셨지만 국민 여러분을 하늘에서라도 지켜보시고,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걱정을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영구차가 현충원 안으로 들어서 묘역으로 향하는 도중 최모(54)씨가 "너희들이 김영삼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외치며 영구차로 뛰어들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유선준 기자 rsunju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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