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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가 YS 정치적 嫡子" 김무성·서청원·손학규의 `喪主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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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葬 ◆

매일경제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애도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상도동계에 몸담았던 여야 거물 3인방의 지극정성이 주목받고 있다. 반독재 민주화의 상징인 YS의 마지막 길을 혼신을 다해 받드는 모습을 통해 "역시 YS"라는 평가와 함께 그만큼 YS의 '정치적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정치권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과 유족들에 따르면 22일부터 차려진 YS 빈소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앞다퉈 상주(喪主)를 자임하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YS의 상도동계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동문'과도 같다. 그러나 현재 서 최고위원은 당내 친박계 좌장 역할을 맡고 있고, 김 대표는 비박계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입장에 서 있다. 실제로 YS 서거 전까지 공천룰 마련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서 최고위원), "오늘은 그만하고 다음에 논의하자"(김 대표)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당내 회의 등에서 날 선 말을 주고받는 사이인 두 사람이 빈소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는 것은 YS의 정치적 유산 상속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 대표의 극진한 예우에서부터 시작했다. 현역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김 대표는 "저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말한 뒤 22일부터 25일까지 4일 동안 중요한 회의를 제외하고 빈소를 계속 지켰다. '상도동계 막내'로 불리는 김 대표는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멤버로 상도동계에 입문한 뒤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등 문민정부에서 요직을 역임했다.

22일 김 대표보다 5분 늦게 빈소를 찾은 서 최고위원 역시 "김 전 대통령은 저의 정치적 대부"라고 밝힌 뒤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들을 맞이해왔다. 서 최고위원은 민추협 상임운영위원으로 상도동과 인연을 맺은 후 총재비서실장, 정무장관 등을 지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여당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대표의 경우 남은 현역 상도동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YS와 같은 PK(부산·경남)에서도 정치적 적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 최고위원의 경우 친박계 좌장이라는 이미지에 '민주화'를 더해 정치적 이미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만약 서 최고위원이 내년에 당선되면 8선 의원으로서 현역 최다선 반열에 오를 뿐만 아니라 국회의장까지 내다볼 수 있다.

상주를 자임하는 거물은 야권에도 있다. 지난해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YS의 빈소를 매일 지키는 중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부에선 고인이 된 YS가 손 전 고문을 다시 현실 정치의 궤도로 불러올린 모양새라고 볼 정도다. 손 전 고문도 YS에 이끌려 정계에 입문한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본래 진보개혁 성향의 교수로 강단에 섰던 그는 1993년 경기 광명 보궐선거에서 YS의 발탁으로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물론 손 전 고문 측은 자신의 정계 입문을 이끈 분에 대한 '도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야권 내홍과 맞물러 '구원등판설'이 끊이지 않는 시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터라 야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과 노정객들, 각계 인사 등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을 일일이 맞이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정치 재기 임박'이라고 보는 시각도 어느 정도 힘을 얻는 추세다.

빈소에서 만난 정봉주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에게 "총선 이후에는 복귀하셔야죠"라고 말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에이, 그런 일 절대 없다. 그런 말하면 기자들 또 소설 쓴다"고 웃어넘겼다. 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장도 빈소를 떠나면서 "썩은 나무도 발로 차야만 무너지는 법이다. 시골 가 있을 생각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말하자 손 전 고문은 이번에도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 구기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은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한 뒤 곧 강진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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