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를 더욱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암세포'다. 메르스를 치료하는 동안 미룰 수밖에 없었던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만 있다.
하지만 음압실에 격리조치돼 있어 지속적인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림프종 검사 기계가 구비돼 있지 않은 음압실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부인인 배 모씨는 지난 13일 매일경제와 만나 "어느 날 급성 출혈로 비장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CT조차 찍지 못했다"며 "CT를 찍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 격리조치돼 있는 메르스 환자는 음압실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환자들이 늘상 하는 PET, CT, MRI 검사를 못 받고 있고, 그저 데메롤(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할 뿐"이라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에 따르면 남편은 혼자서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침상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심박동수가 150이 넘는다고 했다.
회진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교수의 전화가 걸려오면 침상 옆 수화기까지 몸을 힘겹게 이동하는 사이 전화가 끊긴다고 했다. 그나마 간호사 출신인 배씨가 직장일을 뒤로하고 하루 두 번씩 남편을 간병하고 있다. 이외 가족들은 환자 면회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 살배기 아들은 "아빠는 언제 와? 주사 다 맞으면 오는 거야?"라고 매일같이 물어보고 있다. 배씨는 "(음압실 입장 시 착용해야 하는) 두꺼운 장갑 때문에 죽을 고비를 맞고 있는 남편의 손조차 못 잡아주고 있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배씨를 만난 13일 병원과 질병관리본부 측은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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