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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메르스 격리의 모순…마지막 환자 아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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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한민국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시간이 흘러 모두가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난 지금, 아직도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며 메르스와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이가 있다. 우리에게 '메르스 환자 80번'으로 알려진 김 모씨(35). 김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최장기간 격리 기록을 세우며 힘겹게 생명줄을 붙잡고 있다.

김씨를 더욱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암세포'다. 메르스를 치료하는 동안 미룰 수밖에 없었던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만 있다.

하지만 음압실에 격리조치돼 있어 지속적인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림프종 검사 기계가 구비돼 있지 않은 음압실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부인인 배 모씨는 지난 13일 매일경제와 만나 "어느 날 급성 출혈로 비장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CT조차 찍지 못했다"며 "CT를 찍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 격리조치돼 있는 메르스 환자는 음압실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환자들이 늘상 하는 PET, CT, MRI 검사를 못 받고 있고, 그저 데메롤(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할 뿐"이라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에 따르면 남편은 혼자서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침상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심박동수가 150이 넘는다고 했다.

회진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교수의 전화가 걸려오면 침상 옆 수화기까지 몸을 힘겹게 이동하는 사이 전화가 끊긴다고 했다. 그나마 간호사 출신인 배씨가 직장일을 뒤로하고 하루 두 번씩 남편을 간병하고 있다. 이외 가족들은 환자 면회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 살배기 아들은 "아빠는 언제 와? 주사 다 맞으면 오는 거야?"라고 매일같이 물어보고 있다. 배씨는 "(음압실 입장 시 착용해야 하는) 두꺼운 장갑 때문에 죽을 고비를 맞고 있는 남편의 손조차 못 잡아주고 있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배씨를 만난 13일 병원과 질병관리본부 측은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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