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부 책임 소송 '각하'…"국가배상 소송엔 영향 없어"

[원고 자격 문제 때문에 각하…국가 책임에 대해서는 판단 없어]

지난 6월 메르스 여파로 부분적인 병원 폐쇄조치가 내려진 삼성서울병원에서 정부의 점검·조사단이 발열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각하됐지만 이 결과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이날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41·연수원 33기)가 국가를 상대로 낸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을 각하했지만, 정부가 메르스 대처에 미흡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각하'는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취지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원고와 피고가 모두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문 변호사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청구하지도 않았던 만큼 소송을 낼 자격이 없고, 자격이 있더라도 국가가 아닌 담당 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고 본 것.

재판부는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은 행정기관이 당사자의 신청을 일정한 기간 안에 받아들이거나 기각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 경우 위법하다고 확인하기 위한 제도"라며 "행정기관에 아무런 신청도 하지 않았거나 법적인 권리 없이 신청한 사람은 원고로서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고 끝났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듣는 변론기일을 한 차례도 지정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했다.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위법한 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도 못한 것이다.

당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두 재판은 서로 청구하는 취지와 목적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을 다루는 만큼 먼저 나온 판결의 이유와 취지가 나중에 진행되는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판이 본안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끝난 만큼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책임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메르스 확진자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재경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별개의 재판부에서 심리하는 만큼 어디까지나 이번에 판결이 나온 행정 소송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별개"라면서도 "행정 소송에서 본안에 대해 심리했다면 그 판단을 민사소송 원고나 피고가 재판부에 제출해 참고 자료로 삼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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