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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메르스 잊었나…"'감염 병원' 예산·시간 없어 신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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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⓹-감염병 전문병원(1)]]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속대책으로 정부가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병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이 사실상 묵살된 셈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의료계 인사로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에 복지부의 대책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5일 국회와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19일 메르스 후속 대책이 담긴 법안 설명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둘 수 있다'로 규정해 병원을 신설하거나 기존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기존 법안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을 '둔다'로 고친 뒤 기존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예산과 시간을 이유로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이 아닌 기존병원을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당시 복지부는 당정협의에서 "병원을 신설할 경우 전문 인력을 모집하는 데 한계가 있고, 병원 설립 계획을 수립하는 것부터 병원을 실제 운영하는 데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NMC)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전과 동시에 장비 구축도 완료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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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그러나 복지부가 재정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본 게 실질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공병원을 4개나 신설하는 것에 대한 기재부의 반대가 있고, 복지부가 NMC에 연구병원을 둬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자신들이 직접 병원을 통제하려는 이해충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지난 7월 22일 국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설하고 권역별로 전문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도 "지방의료원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병원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림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기존 (병원)시설들이 과거에 지은 건물이라 격리시스템 등을 다시 만들려 할 때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며 신설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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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간사가 감사원 감사청구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명수 간사, 신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간사.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한 가운데 국회 메르스 특위는 이날 오전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며 48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2015.7.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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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목소리를 수렴한 특위는 활동결과보고서에 "평상시의 감염병 관리와 비상시의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설정하고 감염병 연구병원과 권역별 전문공공병원의 설립, 각종 공공병원의 확충과 강화, 보건소의 인력 등 지원 확대를 추진하며 진단장비, 음압시설 등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부가 모범 사례로 꼽는 미국도 대학과 연계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운 경우가 많다. 국제보건정책 전공인 텍사스대학교(댈러스 캠퍼스)의 김도형 교수는 "열대지역 쪽에서 감염병 발생이 많아 그쪽에 주로 감염병 전문병원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병원과 대학이 같이 있으면서 세계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한다"고 했다. 병원만 있을 시 환자가 없으면 운영이 안된다는 점을 감안,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해 공공의료로서 기능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은 없다'는 대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우선 복지부가 안을 발표한 시기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얘기했던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지 약 1주일만에 복지부는 대책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번 대책발표는 내용도 부실하고 시기도 부적절했다. 주무장관도 공석상태였다"는 인재근 새정치연합 의원 질의에 "인사청문회 준비 기간에도 이 분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상의도 했다. 내가 주도했다고 봐도 된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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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 중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은 장옥주 차관. 2015.9.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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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8월 발주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 연구개발' 연구용역도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연구는 현재 충남대에서 진행중이며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 제시 및 최소 필요 수요 예측과 지역적 배치방안 개발 △감염병 전문병원 조직 설계 및 운영 방안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해선 복지위 소속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마저 "메르스 사태 당시의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충분한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것인데 이 모든 걸 무시하고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니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 "앞으로 연구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지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복지부 내부에선 애초부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꼭 필요하느냐'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었다"고 전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기는 11월 한 달이다. 9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상임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질본 산하에 1곳, 권역별로 3곳에 신설해야 한다는 김용익 의원의 안과 기존의 병원들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의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차례 논의했던 만큼 '신설'과 '지정' 사이에 어떤 선에서 타협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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