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 & 한국인] 가공육 발암물질 분류 파문 확산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가운데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 가공육 진열 코너에서 주부가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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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대표적 아이들 반찬이자 서민음식인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 제품을 담배, 석면과 동급인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파문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제일 먼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장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국내외 육류 관련 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뭘 먹나”“안 팔리면 어쩌나”고민하는 소비자와 식품업체들
당장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이 크다. WHO는 가공육 50g을 매일 1년간 먹을 때 대장암 발병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4세 아들을 둔 주부 정모(31)씨는 “우리 아들은 햄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아 걱정”이라며 “요즘 시대에 하나 하나 따지면 먹을 게 없다지만 WHO 연구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국내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는 “생협 제품이나 유기농 제품은 괜찮은가”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지 않은 햄은 괜찮은가”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공육뿐 아니라 붉은 고기도 발암물질(2A군)로 분류되면서 한우협회나 한돈협회도 육가공협회와 공동 대응을 준비 중이다. 2A군은 동물실험에서 암 유발의 근거가 입증됐지만 인체유발 근거는 제한적이어서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세계암연구재단은 붉은 고기를 주당 500g 미만으로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 연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 발병은 인종이나 나라별 육류섭취량,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한국인은 서양보다 고기를 적게 먹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곧바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도 육류섭취량과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있어서 연구결과를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WHO의 이 같은 발표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문가 자문단을 꾸리는 등 자체적인 위해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이들 식품에 대한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서구 반발, “신빙성이 부족한 연구결과”
AP통신에 따르면 북미육류협회(NAMI)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암은 단일식품이 아닌 복합적인 식습관과 원인들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며 가공육을 암의 주요 원인으로 몰아가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건강한 삶을 위한 저지방 단백질과 철분 보충을 위해 육류만큼 완벽한 식품이 없으니 이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비자는 천국과 지옥의 중간 지대인 림보(Limbo)에 묶인 형국”이라고 전했다.
가공육의 대표격인 ‘스팸’ 제조업체인 미국의 호멜푸드와 핫도그 제조사 크라프트하인즈는 26일(현지시간) 일제히 주가가 1% 가량 하락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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