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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보름치만 써라"…저소득층 기저귀 지원도 깎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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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저소득층에 기저귀 구매비용 월 3만2000원 지원…현실과 동떨어진 지원규모에 '부글부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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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사업이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만 1세 미만의 영아를 둔 저소득층 가정에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원규모는 대폭 줄어들었다. 확정된 사업내용만 본다면 영아의 기저귀 수요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분유 구매비용 지원은 시늉에 그친다.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에 따르면 월 최대 7만5000원의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이 저소득층 가구에 지원된다. 지원 대상은 만 1세 미만의 영아를 둔 중위소득 40%(4인 가구 기준 월소득 약 169만원) 이하인 가구다.

이들은 나들가게 가맹점과 우체국 쇼핑몰에서 바우처 형태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BC카드에서 발급한 국민행복카드에 바우처 포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대상이 약 5만1000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을 모두 지원받는 대상은 극히 일부다. 지원 금액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선 기저귀 구매비용은 중위소득 40% 이하인 모든 가구에 지원된다. 기저귀 구매 지원비는 월 3만2000원이다.

복지부가 연구용역을 등을 통해 파악한 기저귀 1개의 평균가격은 266원이다. 만 1세 미만의 영아가 하루에 사용하는 기저귀는 8개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계산에 따른다면 영아의 하루 기저귀 비용은 2128원이다. 월 3만2000원이면 15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심지어 분유 구매비용은 극히 일부에만 지원된다. 분유의 경우 기저귀 지원대상 중 산모의 질병 또는 사망으로 인해 모유수유가 불가능할 때만 구매비용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분유 구매비용을 지원받는 대상을 2550가구 정도로 추정한다.

분유 구매비용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게 될 분유 구매비용은 월 4만3000원이다. 가장 저렴한 분유를 사더라도 2통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 만 1세 미만의 영아들이 한달에 평균 4통의 분유를 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름치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유는 정부 예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204억8000만원의 관련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확정한 관련 예산은 100억원에 불과하다. 기저귀와 분유 구매비용이 보름치 수준에 머문 이유다. 예산안은 12월에 국회에서 확정된다.

초기 계획과 비교하면 예산 규모는 훨씬 더 줄어들었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번 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거쳤다. 예타 과정에서는 지원대상이 15만6229명으로 설계됐다. 구매비용도 기저귀와 분유가 각각 7만원, 14만원대였다.

우향제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기재부에 제출했던 예산이 편성되길 원했지만 기재부의 판단은 달랐다"며 "사업의 효과성을 보면서 지원대상과 지원단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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