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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탈리아서 성매매 내몰리는 나이지리아 난민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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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 절차 오래 걸리는 점 범죄단이 악용"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이탈리아에 온 많은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밀입국 경비로 진 빚을 갚으려고 성매매에 내몰린 나머지 그 규모가 이탈리아 전체 성매매 여성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난민 신청 절차가 복잡한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점 등을 인신매매 범죄단이 악용해 이런 일이 빚어진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인은 올해 이탈리아에 온 망명 신청자 13만명의 13%가량을 차지하며 국적별로는 에리트레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베네치아에서 20여년간 성매매 여성 구제 활동을 해온 시의회 직원인 클라우디오 도나델은 "빚을 갚으려고 길게는 3년간 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신인 부두교로 협박당한다"고 전했다.

인신매매범들은 아프리카 미신인 부두교를 통해 좀비를 일깨우겠다며 나이지리아 여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델은 "지난 10년간 약 1만명의 나이지리아 여성이 밀입국했고, 길거리로 내몰린 여성이 매일 3천∼4천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마도 이탈리아 매춘 여성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여성은 난민 신청 과정에서 인신매매범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보코 하람'의 박해를 받았다고 꾸며내지만 정작 목적은 난민 심사를 오래 끌어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다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러나 난민 신청이 기각되고 추방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이탈리아 5개의 추방센터가 모두 만원이라 수용할 수 없어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쉽게 잠적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올해 이탈리아는 약 4만3천건의 난민 신청을 기각했지만 실제로 본국에 돌려보낸 이는 3천800명에 불과하다.

이주민 자선단체인 '비 프리'(Be Free)의 프란체스카 데 마시는 "나이지리아 여성은 인신매매됐다는 점만으로도 난민 자격이 충분하다"면서 "그들이 본국으로 송환된다면 그곳에서도 성매매에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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