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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주말 문화재 탐방> 정선 정암사, 백두대간에 숨은 고요한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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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암사 수마노탑.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고산자 김정호는 '산은 본디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가는 것이다'(山主分而脈本同其間)라고 했다.

한반도의 산세는 백두산을 기점으로 내려가다 강원도 태백 부근에서 방향을 갑자기 남서쪽으로 틀어서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로막은 뒤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태백산과 인접한 강원도 정선은 높은 산이 첩첩한 전형적인 산골이다. 정암사(淨巖寺)는 해발 1천330m의 만항재에서 고한읍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사찰로 645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정암사는 법당 내부에 불상 대신 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寂滅寶宮)으로 잘 알려졌다.

정암사의 특징은 깨끗한 물과 조형미가 뛰어난 탑이다. 일주문 옆으로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고, 경내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만 산다는 열목어의 서식지(천연기념물 제73호)가 있다.

열목어는 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곳에서만 자란다. 정암사는 열목어가 생장할 수 있는 차가운 물과 활동하기 좋은 웅덩이가 있다.

열목어 서식지를 지나 5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정암사의 백미인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에 이른다. 수마노탑은 마노석으로 만든 고려시대 불탑이다.

탑의 높이는 9m이고 지대석의 너비는 3m를 넘는다. 거대한 석재를 활용한 일반적인 석탑과 달리 작은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수마노탑은 정교한 장식이나 돋을새김 조각은 없지만 전체적인 형태가 멋스럽다. 기단부에는 모서리마다 풍경이 매달려 있고, 벽돌 사이의 틈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풀이 돋아나 있다.

탑도 볼만하지만,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이 울긋불긋하게 들어 더욱 예쁘다.

정암사의 중심 건물은 적멸보궁(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2호)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소박한 법당으로 '적멸궁'(寂滅宮)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불상 대신 탱화가 있으며, 멀리서 바라보면 목조건물 특유의 기품이 전해진다. 건물 앞에는 자장율사가 사용하던 지팡이인 주장자가 나무로 변했다는 고목이 있다.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 잎이 무성하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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