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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란 최고지도자 "美와 협상은 백해무익한 일…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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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타결 뒤 친미 여론 조성 기류에 쐐기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은 금물이라며 핵협상 타결 뒤에도 반미 강경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란혁명수비대 장교들과 만나 "미국과 협상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로 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미국의) 침투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 내 반미 보수층의 핵심 세력이다.

이어 "현재 이란이 직면한 문제는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솔하고 귀가 얇은 사람들 탓"이라며 핵협상을 계기로 이란에서 조성되고 있는 친미 여론을 비난했다.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다른 분야에서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란 정부는 미국은 여전히 적성국으로 핵문제 외엔 접촉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다.

핵협상과 관련해서는 "협상 도중 미국은 이란에 침투할 기회를 잡았지만 신의 가호로 이란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며 "결국 미국은 이란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틈을 찾지 못했다"고 변론했다.

이란 보수파가 '사탄'으로 부르는 미국과 핵문제로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비판의 빌미가 되는 만큼 이를 용인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협상'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다.

그는 이를 무마하고자 시아파의 종교적 역사를 미국과 핵협상에 나서는 근거로 삼았다.

2013년 말 본격화한 이란 핵협상은 그해 9월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연설이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메네이는 "오래전 '영웅적 유연성'(heroic flexibility)으로 기술된 사실을 믿는다. 어떤 경우엔 유연성이 긍정적이며 매우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영웅적 유연성'이라는 구절은 핵협상의 키워드이자, 서방과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파의 공세를 막는 이란 정부의 방패가 됐다.

이 구절은 즉흥적으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 1천300여년 전 7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632년 예언자 모하마드가 죽은 뒤 4대 지도자(칼리파)가 된 알알리(시아파의 첫 이맘)는 당시 다마스쿠스 군사령관인 무아위야 1세의 세력에 암살된다.

알알리의 아들이 5대 지도자이자 예언자 모하마드의 외손자 이맘 알하산이다.

이맘 알하산은 우마이야 왕조를 창건한 무아위야 1세와 전쟁을 벌이기 직전 지도자 자리와 내놓는 것을 조건으로 661년 평화협상을 체결한다. 무슬림끼리 유혈사태를 피하고 동생 후세인(시아파의 3대 이맘)과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시아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맘 알하산의 평화협상을 두고 후대에서 찬반이 갈리지만 그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1969년 당시 30세였던 하메네이는 이 평화협상을 칭송한 아랍어 책을 이란어로 번역하게 되는데 그 주 제목이 '이맘 하산의 영광스런 평화협상'이었고, 부제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웅적 유연성'이다.

하메네이가 영웅적 유연성이라는 구절을 언급, 핵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을 때 이를 아는 이는 모두 이맘 알하산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이런 배경을 의식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과거의 이맘들의 협상은 '주고받기'식인 현대의 협상과는 달랐다"며 "그들은 상대를 매우 꾸짖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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