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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승기] 혼다 뉴 레전드 '핸들링 세단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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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정치연] 혼다의 플래그십 세단 '레전드'가 돌아왔다. 2011년 단종 이후 4년 만의 귀환이다.

2007년 여름 4세대 레전드를 시승하며 날렵한 핸들링과 사륜구동 시스템의 주행 안정감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인지도가 부족해서인지 안타깝게도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레전드를 타 볼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올해 한국에 다시 상륙한 5세대 레전드다. 한 세대를 진화한 레전드는 어떤 모습일지 설레는 시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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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더한 디자인

첫인상은 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반영한 차체는 전형적인 세단의 비율을 유지하며 균형미를 강조한 모습이다. 지금도 멋지지만, 좀 더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요소는 LED 헤드램프다. 보석을 형상화했다는 LED 헤드램프는 좌우에 각각 8개씩 총 16개의 광학 렌즈로 날렵한 눈매를 완성했다. 실제 야간 주행 시 조사 각도를 최대 21도까지 조절해 도로 구석구석까지 밝은 빛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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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램프를 비롯한 모든 램프도 LED를 적용해 뉴 레전드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커다란 19인치 휠과 뒤범퍼에 숨겨둔 듀얼 머플러는 이 차가 고성능 세단임을 대변한다.

실내는 혼다답게 깔끔하고 단정하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거친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2개의 모니터는 위쪽 8인치 모니터를 내비게이션으로, 아래쪽 7인치 모니터를 에어컨과 오디오 조작 등의 용도로 동시에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크렐(Krell)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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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전 세대보다 확연히 넓어졌다. 무릎 공간이 앞 1074mm, 뒤 986mm으로 동급 최대 공간을 확보했다는 게 혼다의 설명이다. 422ℓ의 트렁크 공간에는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다.미디어잇

명불허전 핸들링, 더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뉴 레전드의 파워트레인은 혼다가 지닌 기술력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3.5ℓ i-VTEC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은 314마력의 최고출력과 37.6kg,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출력과 토크는 수치일 뿐이다. 이 차의 진정한 매력은 안정적인 주행능력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혼다가 자랑하는 핸들링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조작하는 만큼 정밀하게 차체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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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대 레전드의 강점이던 사륜구동을 버리고 전륜구동을 택했음에도 실제 도로에 차체가 달라붙는 듯한 민첩한 주행성능은 그대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답은 혼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륜 정밀조향 기술 'P-AWS(Precision-All Wheel Steer)'에서 찾을 수 있다. P-AWS는 후륜 좌우의 리어 토(Rear Toe)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직선 주행이나 코너링, 차선 변경, 제동 등의 상황에서 방향이나 속도 제어가 필요할 경우 각 상황에 맞게 후륜의 이동 각도를 조절해준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조정과 감속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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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P-AWS는 핸들링보조시스템 AHA(Agile Handling Assist)과 차체자세제어시스템 VSA(Vehicle Stability Assist)와 협업해 다양한 상황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엔진음을 들려준다. 에어컨을 작동했지만, 소음은 잘 억제됐다. 실내 소음을 최소화한 ANC(Active Noise Control)와 ASC(Active Sound Control) 기술 덕분이다. 듀얼 오버헤드 마이크와 전자식 프로세서, 오디오 스피커로 구성된 ANC와 ASC는 엔진 구동 시 노면 상황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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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너무 출렁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다. 부드럽게 멈춰서는 제동력도 인상적이다. 국내 소비자도 좋아할 만한 설정이다.

복합 기준 공인연비는 9.7km/ℓ. 디젤차에 비한다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같은 배기량을 지닌 가솔린차와 비교한다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시승 시 고속도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한 결과 ℓ당 11km 이상을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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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 좋지만, 브랜드 이미지 향상 관건

뉴 레전드의 가격은 6480만 원.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가격대에 포함됐다. 뉴 레전드는 여러 면에서우수한 상품성을 지녔다.

하지만 6000만 원대 세단을 선택하는 대다수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성만을 놓고 차량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차량이 지닌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함께 고려해 구매를 결정한다.

혼다 브랜드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대중적인 차라는 이미지가 지닌 한계는 분명하다.북미 시장처럼 혼다 대신 '아큐라'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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