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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독’에 대한 정보는 100%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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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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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대사회의 단절감이 중독 불러와

감옥에 갇힌 쥐들 스스로 마약을 탐닉

친밀한 교류만이 중독 끊을 수 있어


section _ H


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답을 먼저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거꾸로 물어보겠다. 그럼 중독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맑은 정신? 성실? 아니다. 틀렸다.

만약 이런 단어를 생각했다면 당신은 중독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기존의 프레임에 익숙한 것이다. 중독의 반대말은 ‘관계’다. 즉 관계를 맺어가는 행위로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아니라고? 밤에 자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지마자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만지작거린다면 이른바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나도 솔직히 이미 경증을 넘어선 스마트폰 특히 페이스북 중독자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알코올 게임 포르노 따위에 중독된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게임을 하느라 자기 아이를 굶어 죽인 신혼부부가 나올 정도이며 이 보다 심각한 폐인들을 다룬 기사가 넘쳐난다. 왜 이렇게 중독자가 늘어날까?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뭔가에 깊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중독자를 낙오자 또는 범죄자 취급한다. 똑바로 살 수 있는데 책임을 방기하는 파렴치한 혹은 얼빠진 무능력자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중독에 대한 시각은 사실상 오해다.

마약과 전쟁에 대해 취재해온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최근 세계적 무료 공개 강연 TED에서 중독이 약물이나 나약한 정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소외’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근거로 브루스 알렉산더 교수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쥐감옥’의 쥐들은 마약인 헤로인 성분이 들어있는 물을 탐닉하지만 넓고 놀 것이 많은 ‘쥐공원’의 쥐는 마약물 대신 일반 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원동영상보기:http://www.ted.com/talks/johann_hari_everything_you_think_you_know_about_addiction_is_wrong)

사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1%가 마약중독자인 유럽의 최빈국인 포르투갈은 2000년 초 중독자들을 가두고 격리시키는 노력 대신 사회에 재결합 시킬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했더니 10여년만에 마약 중독자의 비율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마약을 합법화했지만 오히려 마약 사범이 준 것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포르투갈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20%는 마약에 빠졌다. 미국 정부는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이 마약중독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했지만 마약 복용 미군의 95%는 전쟁 후 마약을 끊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그들에게 마약을 찾게 만든 셈이다.

따라서 중독은 약물이 아니라 소외된 생활방식과 연관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쥐감옥으로 내몰리는 인간들은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중독 증상을 수반하는 도박, 성인물, 게임, 알코올, 마약 같은 것이다.

강연자인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말을 ‘맑은 정신’이 아니라 ‘관계’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인터넷과 와이파이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오히려 단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페북 등 SNS를 통한 교류는 그저 인간관계의 흉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부동의 1위인 우리나라는 쥐공원보다 쥐감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간 1위, 이혼률 2위, 노인빈곤률 1위의 각종 나쁜 성적표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중독에 빠진 우리를 구할 동앗줄은 무엇인가? 요한 하리는 “우리 주변의 중독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더 밀접하게 교류하고 싶다고 말하고, 어떤 상태에 있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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