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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MB 해외 투자유치MOU 절반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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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건 중 6건, 1조5천억 유보·철회

백재현 의원실 산업부 자료 분석

이명박 정부 때 외국 기업들과 체결했던 투자유치 양해각서(MOU) 가운데 절반은 투자가 철회되거나 7년째 유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MB 정부가 최대 성과로 내세웠던 자원외교에 이어 대통령의 ‘세일즈 순방 성과’라고 치켜세웠던 투자유치 역시 ‘공수표’로 확인된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이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당시 체결된 12건의 투자유치 MOU 가운데 6건이 투자 철회 또는 유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회·유보된 투자 규모는 12억9000만달러로,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미국을 방문해 뉴욕의 한 호텔에서 한국투자환경설명회를 열고 미국 기업인 400여명을 대상으로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그 결과 5개 기업과 11억8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MOU 체결 규모가 전년도에 신고된 외국인 투자금액 105억달러의 11.2%에 달하는 규모”라며 당장이라도 투자를 받은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11억8000만달러의 투자 MOU 가운데 물류기지 관련 10억달러는 이미 투자가 철회됐고, 반도체 제조시설(1000만달러)과 디젤차량 생산공장 관련 투자(1000만달러)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투자 유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체결된 전체 MOU 금액의 86%가량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방일 기간에도 도쿄에서 한국투자환경설명회를 가졌고,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통해 5건의 MOU를 체결, 5억9000만달러의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중 경기 성남시 분당에 특급 관광호텔을 신축하겠다는 1억달러 투자 건은 결국 계약이 철회됐다.

백 의원은 “올해 초 국정조사를 통해 MB 정부의 자원외교 MOU 96건 중 본계약을 맺은 건 16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이런 행태가 투자유치 관련 MOU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며 “대통령 순방 등에 맞춰 홍보에 이용하기 위해 급조되는 MOU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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