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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인 빈방 찾아다니는 가난한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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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서울 대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월세살이’를 하는 가운데, 9월 개강을 앞두고 저렴한 자취방을 찾아다니는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대학가 인근 자취방 상당수가 월 임대료 50만원을 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학비에 생활비까지 부담해야하는 대학생들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인 만큼 어르신과의 홈셰어에 빈 방 선점까지, 어떻게든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 원룸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월 임대료로 평균 42만원 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비 5만7710원까지 합치면 한달 평균 약 50만원을 주거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더 치열하다.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이 15% 안팎을 맴도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살 곳’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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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5~10평 남짓한 월 임대료 40만원짜리 자취방 구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용산구의 한 대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50만~60만원의 임대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원하는 물량은 많지 않다”면서 “40만원대 월세방은 학기가 시작하기 한달 전 대부분 계약이 끝나버린다”고 설명했다.

월 임대료 20만~30만원대 방도 있지만, 대부분 반지하나 옥탑방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인 만큼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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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더위, 습기, 벌레 등으로, 겨울에는 추위 등으로 고생해야 하지만, 가난한 대학생들에겐 월세 부담이 더 큰 문제다.

‘울며 겨자먹기’로 4년째 반지하ㆍ옥탑방을 전전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모(26) 씨는 “부모님이 부쳐주시는 생활비 60만원으로 생활하려다 보니 월세를 최대한 아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마저도 개강이 다가오면 없는 때가 있어 서둘러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자취생들 가운데 일부는 김 씨처럼 ‘저렴하면서도 상태가 좋은 방’을 선점하기 위해 일찌감치 계약을 마치기도 한다. 빈 방 월세를 지불하더라도 일찍 계약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기를 놓친 대학생들은 고시원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친구와 함께 집을 구한다. 월 임대료 70~80만원짜리 원룸이나 투룸을 계약해 월세를 나눠 내는 식이다.

최근에는 급기야 ‘어르신-대학생 홈셰어링’을 택하는 대학생도 생겼다.

어르신-대학생 홈셰어링은 노인들이 학생들에게 빈방과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숙과 유사하지만, 동시에 대학생들이 노인들의 생활을 돕는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세도 주변보다 저렴해, 보다 넓은 방에서 쾌적하게 지내려는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지난 2013년 노원구에서 처음 시작한 어르신-대학생 홈셰어링은 2년 11개 자치구로 확대됐고, 올 8월까지 벌써 137명의 대학생이 111명의 노인과 함께 지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주거상담팀장은 “일차적으론 대학 기숙사 물량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면서, “기숙사 공급을 늘리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통해 주거난을 해소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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