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MIT리뷰]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창출하는 부를 더 잘 분배할 수는 없을까?

[누가 로봇을 소유할 것인가? ①]

머니투데이

“창조적이면서 실제로 창조도 하는 로봇을 만든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머신스 랩’을 소개하는 립슨 교수의 말에는 당찬 포부가 담겨있다. 립슨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사람이다. ‘진화’하는 로봇, 자기증식 로봇 등을 아우르는 립슨 교수의 연구에서는 기계와 자동화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이 연구실은 바리스타 또는 주방 보조 로봇을 개발 중이다.) 몇 년 전 립슨 교수는 실험 데이터를 기존 과학 법칙과 모순되지 않는 새로운 과학 법칙으로 설명하는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과학적 발견을 자동화한 것이다.

립슨 교수는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능력을 보유하는 미래를 꿈꿔왔다. 그런데 최근 생각하지 못했던 걱정거리가 등장했다.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특정 집단에게 부를 창출하고,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며 사회적 격변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제조부터 의사결정까지, 컴퓨터 유도 자동화는 모든 것에 스며들고 있다”는 게 립슨 교수의 설명이다.

머니투데이

최근 2년 사이 딥러닝의 개발로 인공지능 혁명이 시작됐고, 3D 프린터가 산업생산 과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립슨 교수는 “오랫동안 기술이 직업들을 사라지게 하는 동시에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기술이 직업을 사라지게 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사라지는 직업의 수보다 새로 생기는 직업의 수가 훨씬 적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개발자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급격한 기술발달이 직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는 적어도 영국 산업혁명이 벌어진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다이트 운동 이후인 1821년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1930년, 전 세계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발생할 ‘기술적 실업’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직후 케인스는 ‘단기적인 불균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득불평등이 증가하자 기술이 또 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34개 회원국 중 대다수의 국가에서 소득 하위 40%의 생계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많은 최저소득자의 임금이 최근 수십 년간 감소했고, OECD는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며 경종을 울렸다.

한편 이미 수년 동안 미국 중산층의 붕괴와 최저임금 근로자의 부담 증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명백했다. 워싱턴의 공공정책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해밀턴 프로젝트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3년 30~45세 고졸 남성중 68%만이 정규직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간 평범한 근로자의 소득은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고졸 이하 남성의 중위 임금은 1990년에서 2013년 사이 20% 감소했고, 고졸의 경우 13% 떨어졌다. 여성의 상황은 조금 더 나았지만 아직도 남성보다 평균 소득이 적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여성의 소득은 12% 줄었고, 고졸 여성은 오히려 3% 증가했다.

머니투데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에 작용하는 요소를 식별하기는 매우 어렵고 세계화, 경제성장, 교육 접근성, 조세정책 등으로부터 기술의 구체적인 영향을 분리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러나 중산층의 쇠퇴에 대해 부분적이지만 타당한 설명을 기술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고소득 직업을 갖는데 필요한 훈련과 교육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이와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기술이 회계, 급여, 사무 등 반복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대신하게 되면서 이 분야 종사자들은 보수가 낮은 일자리로 옮기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게 됐다. 거기에 지난 수십 년간 중산층의 직업을 제거해버린 제조 자동화까지 더하면 왜 일자리의 수가 크게 감소한 것처럼 느껴지는지 알 수 있다.

데이비드 오터 MIT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오터 교수는 저임금 육체노동과 고급기술 노동의 수요가 증가함에도 중간기술 직업이 사라지는 현상인 ‘일자리 양극화’를 연구했다. 오터 교수에 따르면 중간 노동력의 ‘공동화’는 상당기간 계속되어 왔다.

그렇지만 2007~2009년의 침체기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동화로 대체하기 쉬운 반복형 직업의 파괴를 가속화했다.

헨리 시우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단순반복형 직종이 “침체기 동안 크게 감소한 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미국 고용의 50%를 차지하는 판매직, 행정직 등의 화이트칼라 직종과 조립작업과 기계조작 같은 블루칼라 직종이 포함된다.

시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세대는 20대였으며, 그 중 대부분은 구직활동을 멈추기까지 했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나쁜 소식이지만 더 큰 두려움이 존재한다. 중산층으로 도약하게 해줄 것 같던 일자리를 기술에 빼앗기는 현상이 결국 다른 직종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기술발전으로 더 나은 의약품, 서비스, 제품이 등장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겐 파괴적이고 전례 없는 경제적 변화의 서막이 열리는 것일까?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대다수의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게 될까?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를 여는 테크 플랫폼 '테크엠(테크M)' 바로가기◀

▶3D프린터가 만들어 낸 생활 예술

▶생활 속 포장에 숨은 기술

▶[인터넷 전문은행] 은행 아닌 아마존을 연구하라

▶스마트홈 성패, 사용자 행동패턴에 답이 있다

▶[테크&가젯] 분노·뇌파 알아채는 웨어러블

테크M 편집부 머니투데이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