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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총기사망 故 박 상경' 친구들이 하늘로 부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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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세원이의 가는 길 억울하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 남았다."

검문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경찰관의 권총 실탄에 맞아 숨진 고(故) 박세원(21) 상경의 발인이 28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박 상경의 동국대학교 선·후배·동기들은 고인의 빈소에서 발인제를 마친 뒤 운구 행렬을 따르며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함께하며 답장을 기약할 수 없는 마음의 편지를 하늘로 부쳤다.

고인의 대학 동기인 김상애(철학과 12학번·여)씨는 "마지막으로 얼굴 본 재작년이 기억 난다"며 "(고인이)군대간다며 다신 못 볼 것처럼 말하기에 못 이기는 척 훈련소 퇴소 전전날에 편지를 부쳤었는데 진짜 그게 마지막이면 어떡하니"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의경 간다고 좋아하던, 궁금하면 면회와서 확인하라던 너였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됐다"며 "가는 길 억울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의 대학 선배인 김한결(철학과 09학번)씨는 "나는 비록 인사나 겨우 나누던 선배였을 뿐이지만 소식을 들은 이래로 마음이 너무도 무겁다"며 한탄했다.

이어 "(고인에게)미련도 한도 놓아두고 훌훌 가시라고, 사랑하는 이들 굽어보면서 가끔 미소지으시라고, 먼 훗날 다시 만나시라고 하기 위해선 (우리가)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남았다"고 애통함을 전했다.

47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이자 고인의 절친한 선배였던 박문수(철학과11학번)씨는 "세원이의 죽음을 단순히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며 "세원이가 여러번 면회 오라고 했는데 못 가서 너무 미안하다. 미안한 만큼 더 자주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25일 오후 4시52분께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생활관에서 은평경찰서 소속 박모(54) 경위가 쏜 38구경 권총 실탄에 심장을 관통 당해 숨졌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첫 발은 실탄이 나가지 않는 줄 알고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며 "과거에도 2~3차례 검문소 의경들을 향해 권총을 겨눈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볼버 권총은 모두 6발을 장전할 수 있다. 총기관리 규정상 탄창의 첫 번째 약실(12시 방향)은 첫 발포시 공포탄이 나가도록 비워두고, 시계방향으로 두 번째 약실에 공포탄, 세 번째 약실부터 실탄을 채워야 한다.

박 경위는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총탄이 오발되지 않도록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마저 방아쇠 울에서 일부러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당국은 "정황상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고인의 친지·지인, 시민사회단체들는 "박 경위의 행동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경찰당국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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