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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초저금리시대 은행들 활로 찾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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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암울한 전망에 ‘각자도생’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함).’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여파로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가 갈수록 줄고 있는 가운데 계좌이동제가 오는 10월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은행가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은행의 판도를 바꿔놓을 ‘태풍의 눈’으로 여겨진다. 자칫하다가는 수익도 쪼그라들고 고객도 잃어버릴 수 있다. 이에 시중은행장은 하반기 들어 갈수록 커지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부단속과 수익원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상반기 선전에도 순이자마진 악화

2일 은행권에 따르면 7대 주요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신한은행(7903억원·6.1% 감소)과 외환은행(2313억원·27.6% 감소)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730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37.2%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로 매각된 자회사·지방은행 관련 손익을 제외하면 지난해 동기 대비 23.9% 증가한 51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203억원에서 올 상반기 3008억원으로 150%나 늘었다. 하나은행(5606억원·0.7% 증가)과 IBK기업은행(6017억원·4.1% 증가)도 순이익이 증가했다.

상반기 순이익이 대체로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의 순이자마진(NIM·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비교해보면 기업은행(1.91%)만 현상 유지를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떨어져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자수익 비중이 큰 국내 은행에 순이자마진 하락은 치명적이다.

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이 1분기 1.72%에서 1.61%로 0.11%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농협은행은 2.05%에서 1.95%로 0.1%포인트 떨어졌고, 신한은행은 1.58%에서 1.50%로 0.08%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1.45%→1.42%), 하나은행(1.39%→1.37%), 외환은행(1.48%→1.44%)도 0.02∼0.04%포인트 하락했다.

하반기에 ‘고객쟁탈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오는 10월부터 고객들이 주거래 계좌를 바꾸면 여기에 딸린 자동이체도 자동으로 옮겨지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된다.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돼 은행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세계일보

◆은행장들의 각양각색 임직원 독려

은행장들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등에서 수익성 악화라는 공통 환경에 각 은행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각양각색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외환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지난달 28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조선시대 영조의 탕평비(蕩平碑)를 언급했다. 탕평비에는 ‘군자는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면서 당파를 이루지 않지만 소인은 당파를 형성해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통합 후에 외환, 하나 편을 갈라 싸우지 말고 화합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민영화를 5번째 시도하고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달 25일 경영전략회의에서 각 지점장에게 구두를 한 켤레씩 선물하면서 ‘역진필기(力進必起: 힘써 나아가면 이뤄진다)’를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달 20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영웅 조지 패튼 장군의 솔선수범 리더십을 소개하며 부서장들에게 이를 본받을 것을 요청했다.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현장 영업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주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늘어 몸집을 불린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지난달 17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며 올해 초부터 강조하고 있는 ‘개원절류(開源節流: 재원을 늘리고 지출을 줄인다)’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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