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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푸에르토리코, 결국 '디폴트'…미국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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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미국 성조기(아래)와 함께 걸린 푸에르토리코 깃발©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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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는 2일(현지시간)이 되도록 1일 만기를 맞은 자국 공공금융공사(PFC) 발행 규모 5800만달러(약 680억원)의 채권을 끝내 상환하지 못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이미 채권 만기일을 맞기 하루 전인 31일 이를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공식 선언했다. 또 채권단의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공공금융공사의 유동성은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토르 수아레즈 주지사 수석보좌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공공금융공사는 1일 만기인 채권 상환일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현재 이를 갚을 돈이 없다"고 말했다.

수아레즈 보좌관은 그러면서 "채권단과 부채 관련 재협상이 합의에 이를기를 아직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도 몇주 전부터 푸에르토리코가 지고 있는 총 720억달러에 달하는 공공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밝혀왔다. 푸에르토리코는 십여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편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 관계자들은 1일 채권 만기일을 넘긴 것에 대해 디폴트로 간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기일을 맞은 채권들이 보증기관의 명시적 보증을 받지 않은 도덕적의무채권(moral obligation bonds)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상환하기 위한 법적인 요건은 없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옳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소재 뉴이코노미센터의 정책 디렉터 세르지오 막스와크는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아무리 변명하더라도 현 상황은 디폴트가 맞다"고 말했다.

막스와크를 비롯한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은 채권자들이 채권을 상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르면 다음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채권 상환 실패로 인해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영토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를 맞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세자르 미란다 푸에르토리코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법무부가 향후 있을 법적 소송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우리는 소송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이번 채무 불이행으로 미국 채권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개방형(open-end) 뮤추얼펀드들은 현재 푸에르토리코의 채권 11억4000억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중 15%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 헤지펀드들 역시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중 3분의 1 가량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이번 채무 불이행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 거주하는 미국 채권 트레이더인 벤 에일러는 자신 역시 공공금융공사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밝히며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이번에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푸에르토리코가 결국 디폴트에 빠질 것을 예상했다"면서 "나 역시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위기는 결국 채권단과의 조정을 통해 해결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아레즈 보좌관은 채권단과 부채 재협상 논의를 개시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이 이미 결성됐으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향후 5년간 재정 개혁 계획을 담은 개혁안을 8월 30일까지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아레즈 보좌관은 전문가 그룹이 현재까지 푸에르토리코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59개 안을 검토한 상태라고 밝혔다. 개혁안에는 복지와 노동 개혁 그리고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아레즈 보좌관은 그러나 "채권단과의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1월 공공금융공사의 유동성은 말라버릴 수 있다"며 신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 채권의 주요 발행 기관인 정부개발은행(GDB) 역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GDB의 멜바 아코스타 총재는 만기를 맞은 1억6900만다러의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에르토리코는 계속된 재정 위기에 미국 연방정부가 지원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으나 미 정계는 개입을 꺼리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푸에르토리코의 공공기관들이 미국에 파산보호(챕터 9)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공화당 다수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은 계획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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