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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금 평양] 남북 오간 민항기 '편명'에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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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상 민간 항공기에 '815', '615' 편명 붙여 사용

이희호 여사 방북시 비행기 편명도 '615' 유력할 듯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뉴스1

오는 5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이희호 여사. 2015.7.3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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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방북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오가는 일에는 여러가지 의미와 함의가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숫자 하나라도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 숫자들은 종종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남북을 오가는 비행기에 붙는 편명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입니다.

이희호 여사는 이번 방북에서 비행기를 이용할 예정입니다. 북측에서 '고려항공'의 비행기를 제공할 용의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우리 측의 '이스타 항공'을 이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모든 비행기에는 그 기종과 별도로 식별을 위한 '편명'이 제각기 붙습니다. 각 항공사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이니셜에 숫자가 따라붙는 방식으로 편명이 정해집니다.

이 여사가 사용할 전세기의 편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남북을 오간 민간 항공기의 편명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듯 합니다.

지난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양 측의 이산가족들이 서울과 평양을 교차 방문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우리 측 이산가족들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출발해 평양으로 향한 아시아나 항공이 정한 편명은 'OZ815'였습니다.

평양에 도착한 'OZ815'기는 곧바로 북측 이산가족들을 태우고 같은 편명으로 김포공항으로 돌아옵니다.

3박4일 간의 일정을 마친 이산가족들을 수송한 대한항공 역시 평양행 비행기의 편명을 'KE815'로 정했고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KE818'로 편명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과 페막식 때 우리 측을 전격 방문한 황병서·최룡해·김양건 3인방이 탄 고려항공의 비행기는 모두 'JS615'라는 편명을 사용했습니다.

이쯤되면 이 여사가 사용할 전세기 편명의 후보도 좁혀집니다.

이스타 항공이 사용하는 'ZE'에 '615'나 '815'가 붙는 편명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여사가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임을 감안하면 'ZE615'가 지금으로서는 유력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여사의 방북이 한참 추진될 때 이 여사의 '역할'에 따라 편명이 정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서 호기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이 여사가 정부 차원의 대북 메시지를 들고 갈 경우엔 '815'가, 완전히 민간 차원의 방북으로 결론이 나면 '615'가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이었습니다.

올해가 남북 모두에게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 여사가 대북 메시지를 안고 평양을 향하면 이 여사를 태운 비행기의 편명 '815'의 의미가 더욱 돋보일 것이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일 것입니다.

물론 비행기의 편명이 사람이 움직이는 것 이상의 큰 메시지를 내포하긴 어렵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일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인 비행기 편명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버'일 뿐입니다.

정부가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해 "방북 자체가 큰 메시지"라면서도 "개인 차원의 방북을 특사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행기를 이용한 민간의 방북 자체가 워낙에 흔치 않은 일이고 또 이 여사가 남북관계에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국제항공협약에 따라 남북의 관제탑과 기장도 영어로 교신을 하도록 돼 있어 남북 간 교신에서 '815'가 '팔일오'로, '615'가 '육일오'로 읽힌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관련해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에 앞서 수행원들을 싣고 먼저 평양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의 'Asiana 001'을 조종한 최광우 기장과 관련한 일화도 있습니다.

최 기장은 당시 영어 교신을 마친 뒤 벅찬 마음에 북측 관제탑에 '안녕하십니까'라는 우리 말 인사를 전했지만 북측 관제탑에서 아무런 답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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