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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60년 기다린 노병 울린 보훈처의 '깜깜이'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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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참전유공자 예우법 제출하며 전쟁 지역·참전 군인 수도 조사안해]

노병의 기다림은 60년으로는 부족했나?

정부가 6·25전쟁 참전유공자를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어이없는 실수를 해 결국 관련 내용이 빠진채 상임위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공자로 포함시키려는 대상자들이 참여했던 전투가 벌어진 지역과 참전 군인 수 등 기초적인 내용조차 조사하지 않고 법안을 제출해 위원들의 문제제기 끝에 관련 내용이 빠진 것.

31일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2일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상정해 심사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2013년 7월 발의한 것으로 2차례의 전체회의와 3차례의 소위를 거쳤다.

2년만에 상임위 통과를 눈 앞에 뒀던 개정안을 놓고 사단이 벌어진 것은 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전쟁의 범위에 새로운 전투를 포함시키는 조항을 심사할때였다.

정부는 1954년 5월26일부터 1955년 3월31일까지 진행된 공비소탕작전(남부지구 경비사령부 작전지역)에 서남지구 전투경찰과 군인 신분인 1, 3, 8 경비대대가 함께 투입됐는데도 경찰만 유공자로 포함돼 있고 군인은 빠져 있다며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 대해 소위 위원들은 6·25 전쟁이 끝나고 6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데 뒤늦게 참전유공자를 추가하는 이유를 추궁했다.

소위원장대리 김기식=6·25 전쟁 끝나고 몇십 년 되도록 이걸 안 넣다가 지금 이제 와서 넣겠다고 하는 게 무슨 이유입니까?

국가보훈처차장 최완근=그동안에 남부지구 경비사령부의 경찰들, 그 당시의 전투경찰은 참전유공자 자격을 줬는데 군인이 빠져 있어서, 같은 지역 내에서 작전을 수행을 했는데 군인들이 빠져 있어서 군인도 거기 포함시켜야 된다라는 의견에 따라서 포함을 시키는 겁니다.

소위원장대리 김기식=아니, 65년 동안 그러면 그 지역에서 전투한 군인들은 빼고 경찰만 넣어 왔다는 말이에요?

의원들은 한국전쟁 발발 65주년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전투지역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과 똑같은 전투를 치렀는데도 경찰만 참전 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군인은 수십년간 그렇지 못해온 이유를 따져 물었지만 보훈처의 답변은 신통치 않았다.

소위원장대리 김기식= 전쟁 나고 65년이 되도록 전투지역이 어디인지도 그러면 여태까지 확정을 안 짓고 왔단 말이에요?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과 관계자= 죄송합니다. 그런데 해당 군본부 쪽에서 저희들한테 온 거니까 저희는 그것에 근거해서 인정을….(중략)

신동우 위원= 그러면 이 지역이 (전투지역에) 안 들어가 있었으면 전투경찰은 어떻게 공을 인정받았느냐는 얘기지요. 전투경찰은 이미 인정받았지요?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과 관계자= 전투경찰은 인정이 되었는데…

보훈처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초 법을 만들때 해당 전투는 6·25 전쟁이 끝난 후 진행된 공비소탕 작전이라 경찰만 포함이 됐다는 것이다. 이후 해당전투에 참여했던 군인이 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국방부가 이를 인정해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정부의 답변이 허술하자 제대로 법안을 준비했는지부터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개정안을 통해 참전유공자로 새로 예우를 받게되는 대상이 몇명인지, 심지어 법안에 포함시키겠다는 전쟁이 어디에서 벌어진 것인지 물었지만 제대로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신동우 위원= 만약에 이것을 집어넣을 경우에 혜택을 보는 사람을 몇 명으로 예상을 해요?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과 관계자= 파악이 안 됩니다. 국방부에서도 파악을 하지 않았고요.(중략)

소위원장대리 김기식= 지금 남부지구 경비사령부 작전지역 1․3․8 경비대대 작전지역이 어딘지는 아세요? 아시냐고요. 아니 어떻게 법률개정안을 내면서 이 지역이 어디인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 있는데 어느 지역인지도 모르고 법을 개정해 달라고 합니까?

국가보훈처차장 최완근=저희가 추가 자료 조사하고 다음 심의 때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논란 끝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참전명예수당의 압류방지 전용계좌를 도입하고 참전유공자를 국가유공자 예우법 보상체계에 맞추는 것을 뼈대로 하는 위원회 안을 가결했다.

결국 노병의 기다림은 60년으로는 부족했다. 참전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그는 또 다시 긴 기다림에 들어가야 한다. 첫 법안이 제출되고 상임위에 통과된데 2년이 걸렸다. 다시 제출된 법안이 제출되고 상정, 심의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정영일 기자 baw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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