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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서상범의 광고로 세상읽기] 광고 속, 대한민국 남성들 “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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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서상범 기자] #장면 1.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나오자 남성은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하지만 순간 남성의 표정은 굳어지는데요. 마주앉은 여성이 던진 한 마디 때문입니다. “찍었어?” 음식 사진을 찍었냐는 말이죠. 남성은 죄인이 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여성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잘했어, 먹어, 다먹어”라는 말을 던집니다.

#장면2. 햇살이 좋은 야외. 땀을 흘리며 텐트를 치고 있는 남성에게 프로 투수와 같은 폼으로 공을 던진 여성이 묻습니다. “찍었어?” 텐트를 치느라 미처 여자친구의 멋진 모습을 놓친 남성. 텐트를 치느라 몰랐고 빠르게 움직이는데 어떻게 찍냐고 하소연하지만 여성은 “내가 이렇게 예쁘게 던지는데 안찍었어?”라며 인상을 구깁니다. 결국 남성은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지 못한 죄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헤럴드경제

LG G4 여심공략편 광고(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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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장면은 최근 LG전자가 공개한 G4 ‘여심공략편’의 광고 모습입니다. 광고는 총 5편의 상황을 설정해 여성의 마음을 얻는 법을 전달하는데요. G4가 자랑하는 사진기능에 초점을 맞춰, 셀카를 좋아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G4를 통해 얻어봐라는 메세지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 광고가 공개된 후 남성은 물론, 여성들에게서도 거센 비난이 일고 있는데요. 일부 남성들은 “여자친구의 사진 하나 제대로 못찍었다고 무릎까지 꿇으며 용서를 구해야 하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헤럴드경제

LG의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비난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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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광고업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별이나 비하코드는 종종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성역활에 대한 정형화를 광고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 2000년대 이전에는 여성하면 전형적인 주부, 아이와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수동적 존재로 묘사한 광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여성에 대한 정형화가 예민한 비판을 받게되며 해당 유형의 광고들은 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광고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입니다. 웅진 하늘보리는 지난 2012년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며 마치 남자친구가 자동차가 없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상황을 연출시켜 논란이 됐습니다. 업체 측 자동차의 ‘車’가 아닌 마시는 ‘茶’라는 중의적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사과문과 함께 해당 광고는 모습을 감췄습니다.

LG의 이번 광고 역시 사진 하나 제대로 못찍는 남자친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이처럼 여성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못해 비난 받는 남성의 모습을 다룬 광고는 또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하늘보리 옥외광고


에스오일(S-OIL)은 최근 진행하고 있는 광고에는 한 연인이 등장하는데요. “영화나 볼까?”라고 제안하는 남성에게 여성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맨날 영화냐”라며 지겹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결국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운 남성이 운전을 하며 교외로 나가고 여성은 “자기 최고”라는 말과 함께 남성의 볼에 입맞춤을 합니다.

이 광고에 대해서도 데이트 코스를 꼭 ‘남성이 짜야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한 카드사는 최근 진행한 CF에서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친구의 상황을 설정하며 “지루했던 남친은 군대로, 나는 어장관리 홍대로”라는 문구를 사용해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 광고속 남성들은 여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비난받고, 남들 다 있는 자동차가 없어 비난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고 해서 조롱당합니다.

한편 이런 유형의 광고들은 여성들에게도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묘사하거나 비하한다는 이유입니다. LG G4의 경우 유튜브에 올려진 해당 영상에 관한 의견 중 “여성들을 무조건 음식만 나오면 사진을 먼저 찍고 SNS에 자랑하며사진에 목숨을 거는 존재로 묘사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에스오일 광고 역시 남녀간 데이트라는 상황에서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정형화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물론 이런 광고들이 애초부터 남성과 여성간의 대결이나 상대방의 성에 대한 비하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상황을 재미있게 풀기 위한 일종의 장치인데,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 특히 영상광고를 통해 보여지는 콘텐츠가 둔감한 성(性)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결국 이는 해당 제품의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듯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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