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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법 "음주운전 의심되면 동의하에 채혈 재측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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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호흡측정기로 잰 음주 측정에서 단속기준 미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왔더라도 운전자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음주 의심이 들면 당사자 동의를 받아 채혈 방식으로 재측정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음주운전과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6월 음주운전으로 차량 6대를 연이어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1차 음주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4%에 불과했지만, 피해자들과 경찰의 요구로 채혈을 통해 재측정 하자 0.239%가 나왔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음주측정 방식을 문제 삼았다. 1차 음주측정을 했는데도 채혈로 또다시 음주측정을 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였다.

1심은 당시 경찰이 혈액 채취를 강요한 적은 없고, 김씨로부터 동의서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적법한 음주측정이었다며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운전자가 음주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에만 재측정을 할 수 있다고 보고, 2차 음주측정은 무효이므로 무죄라고 판결했다.

도로교통법 44조 2항과 3항에서 운전자는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해야 하고,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는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호흡측정기 오류에 운전자가 불복할 때만 혈액 채취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운전자 태도나 외관, 사고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호흡 측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운전자 동의를 얻어 혈액 채취로 다시 음주측정을 한다고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이 미리 혈액 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거나 운전자의 자발적 의사로 혈액 채취가 이뤄져야만 적법성이 인정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은 김씨가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고, 경찰의 설득에 따라 혈액 채취에 순순히 응하여 동의서에 서명했던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음주측정을 위법하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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