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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박상근 병협회장 "메르스 사태 병원들 최소한 5천억 피해, 정부 지원책에 좌절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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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70만 병원인들의 좌절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17일 오전 11시 대한병원협회(병협) 14층 기자회견장. 박상근 회장이 비장한 목소리로 호소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주름이 많이 깊어지고 입술까지 튼 그의 얼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로 신음하는 병원계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박 회장의 목소리는 다소 떨렸다. 회견에는 김갑식·홍정용·임영진 부회장과 정규형 총무위원장·조한호 보험위원장·유인상 보험이사 겸 사업이사가 배석했다.

경향신문

박상근 병원협회장이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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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병원들의 직접적 손실금액을 보수적으로 추계할 때 5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직접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지원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추경예산에 편성한 정부에 대해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병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회 차원에서 조사한 손실액 및 비용보전액 추계를 내놓으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협에 따르면 환자 발생 및 경유로 인한 피해병원 등 85곳만을 기준으로, 메르스 환자가 처음 확인(5월 20일)된 다음날인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손실보전액을 추계한 결과 5496억원(감염병 관리기관 1899억원, 메르스 피해병원 359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국민안심병원의 시설 구축 및 소모품비 353억 7000만원, 24시간 응급실 선별진료소 시설물 구축비로 들어간 26억원 등 간접피해는 뺀 것이 이정도라고 한다.

박 회장은 “이번 피해 조사액은 실질 피해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직접 피해액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재정지원은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대정부 호소문 전문(全文)

병원계는 실질적인 메르스 피해 보전을 호소합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우리 국민 모두와 정부 그리고 의료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함으로써 진정국면을 넘어 종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계는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첨병으로서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고자 환자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메르스 발생·경유 병원뿐만 아니라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병원까지 문을 닫아야 할 극한의 상황에서도 우리 병원계는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오늘도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메르스 사태 진정국면에서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은 우리 병원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병원들의 직접적 손실금액을 보수적으로 추계할 때 5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직접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지원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추경예산에 편성한 정부에 대해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병원협회에서 요청한 범정부차원의 재정지원은 단순히 병원경영에 대한 읍소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보건의료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합니다.

병원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5000여 억원의 추경예산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리며, 계속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병원계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로 인해 확인된 보건의료의 취약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포함한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에 호소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병원계는 메르스로 인해 드러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환자 치료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문화 개선에도 앞장 서 병원이 치유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디 병원계의 절박한 상황을 헤아려 병원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5. 7. 17. 대한병원협회 회장 박상근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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