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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국민연금 자문 지배구조원도 "삼성 합병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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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자문기관 4곳 반대, 대신경제硏은 찬성…시너지 효과·미래가치가 최종결정 변수]

머니투데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신경제연구소를 제외한 국내외 주요 자문기관 대다수가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7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배구조원은 이달 17일 열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 합병안건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지배구조원은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외부 자문계약을 맺은 공식 자문기관이다.

지배구조원은 다른 자문기관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합병절차는 관련법에 따라 진행돼 문제가 없지만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저평가된 시점에서 결정됐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자문기관으로 국민연금 자문도 맡고 있는 ISS 역시 지난 3일 의견서에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배구조원은 또 삼성그룹의 주주친화정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그룹이 지난달 30일 제일모직 IR(기업설명회)에서 배당 확대 방안 등을 밝혔지만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다. 지배구조원은 지난달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내면서 SK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배구조원은 지난달 초 국민연금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분석을 의뢰받고 한 달 가까이 안건을 검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난달 9일 합병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번 안건에 대한 분석은 지배구조원이 담당해 국민연금에 의견서를 발송하지는 않았다.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은 참고사항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사안을 둘러싼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문기관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들여다볼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원과 ISS를 포함해 세계 2위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 컨소시엄 기관인 서스틴베스트까지 주요 자문기관 4곳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자문기관은 대체로 현재가치를 토대로 합병의 유리, 불리만 따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적절한 의견이 될 수 있지만 국민연금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곳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뉴 삼성물산'이 탄생하면 다양한 시너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33조6000억원이 2020년 60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지고 합병시너지로 창출되는 매출액도 6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상사와 건설, 레저, 식음료, 패션, 바이오 등의 사업군이 합쳐지면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문가들도 사업 청사진이 예정대로 그려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지켜볼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합병 삼성물산이 출범하게 되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을 차지하게 된다. 계열사 중 하나인 현재의 삼성물산과는 위상과 역할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종속회사들과 진행할 수 있는 사업기회도 다양하다. 다른 그룹의 지주사들이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고심이 여기에 있다. 현재와 미래의 기업가치 변화를 쉽게 저울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SK와 SK C&C의 합병주총에서 자문기관들의 찬성 권고에도 불구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같은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부담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최종 결정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의결권위에 위임된 사안은 총 3건으로 모두 반대 결정이 나왔다. SK 합병안을 포함해 올 3월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과 관련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사외이사 재선임안과 지난해 7월 만도의 기업 분할안 등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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